내 음성, 오늘을 말하다.

[D-280] 내 음성(Naeemsung)

by Mooon

D-280. Sentence

내 음성 (Naeemsung)


@보문역, <내음성 커피>

느낌의 시작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일 글을 올린다는 건 때로는 ‘밀리면 안 되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여유, 그 짧은 틈을 채워주는 안식 같은 자리에 브런치 글이 들어와 있다. 일이 나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내 하루를 조금이나마 주도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안전장치. 글을 쓴다는 건 이제 나의 시간을 붙드는 가장 든든한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마음의 흐름


오늘은 월요일, 게다가 1·2·3교시가 이어지는 빡빡한 수업 날이다. 어제는 엄마 퍼스널브랜딩과 관련해 의미 있는 발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새벽까지 수업 준비를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홍천에서 첫 특강이 있어 엄마께 화요일에 와달라 부탁해 놓은 상태라, 오늘 아침은 최후의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중학교 첫째에게 초등학교 둘째의 등교를 맡기고 나는 집을 나섰다.


감기에 걸린 두 아들을 위해 약을 챙겨두고, 둘째가 들고 갈 물병을 준비해 놓았다. 여전히 반쯤은 꿈속에 있던 첫째를 깨우며 말했다. “엄마 수업가니까, 동생 꼭 챙겨서 같이 가야 해.” 그러자 졸린 눈을 비비며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꼭 안아준다. 평소 같았으면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모드로 이불과 사투를 벌였을 텐데, 오늘은 책임감 때문인지 달랐다.


학교에는 다행히 일찍 도착했지만, 불행히도 학교 주변에는 이른 아침 문을 여는 카페가 없었다. 결국 교내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챙겨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데 정원 20명 수업에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은 13명 정도. 수업 내용을 소개하는 도중, 한 학생은 아예 가방을 들고 나갔다.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강단에 서서 학생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는 건 참 낯선 경험이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붙잡았다. 오늘이 수강 정정 마감일이라는 걸 떠올리고, 다시 사이트를 확인하니 실제로 5명이 정정 신청을 했다는 걸 알았다.


조를 짜야 하는 날이라 학생 수가 확정되는 게 중요했다. 예전 디자인과에서 강의할 때는 수강신청을 못 했는데도 손편지까지 써오며 꼭 들어오고 싶다고 부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두 반을 맡았다가 결국 세 반으로 늘리는 일이 매 학기 반복되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며, 문득 내 안에 불쑥 ‘뭐가 잘못됐을까?’ 하는 쓸데없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말했다. “당신의 과제는 털털해지는 거예요.” 맞다. 신경 쓰이는 말 한마디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예상치 못한 작은 이슈에도 멘탈이 흔들리는 내가 오늘도 여전했다. 겉으로는 “한 명이라도 내 수업을 통해 무언가 배워가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소심쟁이 아줌마.


첫 수업을 마치고 나서, 늘 그렇듯 카페를 검색했다. 원래는 라떼아트 사진을 기준으로 고르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눈에 들어온 건 카페의 이름이었다. <내 음성>. 그 이름이 묘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오늘 나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라떼아트가 아니라, 나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루틴만 따라가며 하루를 소비하는 대신, 잠깐이라도 나를 앞으로 못 나아가게 막는 내 소심함과 부족함을 내려놓는 순간. 오늘은 카페 이름 덕분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다시 엄마 모드로 전환할 시간. 또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함께 남은 하루를 채워가면 되지 않을까.



내 안의 한 줄

흔들려도 결국은 내 목소리로 선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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