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을 틈도, 여유도 사치일뿐.

[D-281] '귀찮음'이 없어야 합니다.

by Mooon

D-281. Sentence

'귀찮음'이 없어야 합니다.


@mobib.agit

느낌의 시작


“귀찮음이 없어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정신없이 살아다가 만난 문장이었다.



마음의 흐름


아침은 늘 비슷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눈은 감긴 채, 정신만 먼저 깨어난다. “오늘은 무슨 요일이지?”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 화요일. 수업은 없지만, 이번 주까지 고쳐야 하는 논문, 내일 수업 준비, 금요일 특강 설문지와 강의자료 수정이 떠올랐다. 눈을 뜨기도 전에 이미 하루의 무게가 뇌리를 파고들었다. “아… 그냥 더 자고 싶다.


결국 깨워도 깨워도 버틸때까지 버티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아들을 깨워 등교 준비를 시켰다. 교문 앞에서 둘째를 안아주고 기도하며, 엄마가 안 보일 지점까지 가서 꼭 뒤돌아 인사하는 그 순간을 지켜봤다. 그제야 오늘 하루가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는 무겁고 몸도 그만큼 무거웠다. 그래서 불광천을 달렸다. 땀을 흘리니 조금은 나아졌지만,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무작정 차를 몰아 카페로 향했다.


마침 도착하자마자 첫째 수학학원 원장님의 문자가 도착했다. 얼마전 개인 사정으로 학원을 갑자기 접으신다는 소식이 있었고, 시험 전까지 과외를 해주시기로 했는데, 그 일정에 대한 문자였다. 문자를 보자마자 곧 다시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확 몰려왔다. 순간, 학원 테스트와 등록과정이 머릿속을 꽉 채우며 머리가 아파왔다.


평소 같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감자크림 베이글을 주문했다. 소스가 넘쳐 흘러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나올 만큼 가득 담긴 베이글. 그 옆에 다이어리를 펼쳐 오늘의 할 일들을 적었다. 내일 수업용 PPT를 만들고, 정정기간이 끝난 수업별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공지를 띄우고, 특강 설문조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도는 학원 문제를 교회 동생과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물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학원정보에 무지한 나는 새로운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다이어리에 적으며 집에서의 거리를 찾아보기 바빴다. 이제 논문 파일을 열 차례.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더 아파왔다. 그때 잠시 멈춰, 브런치글을 쓰며 호흡을 고르기로 했다.


오늘 내가 만난 문장은 “귀찮음이 없어야 합니다.”였다.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들지 않고 성가시다’지만, 오늘 나에겐 귀찮음조차 사치였다. 첫째 수학학원, 내일 강의, 금요일 특강. 그 어느 것도 귀찮다고 미룰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종종 누군가는 나에게 말한다. “왜 그렇게 빡빡하게 살아? 좀 대충 해. 좀 여유롭게.” 하지만 이 삶은 내가 선택한 삶이다. 빡빡하고 쉼 없이 굴러가지만, 결국 10년 뒤 지금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두 아들이 성장하여 내 곁을 떠난 후,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며 빈집증후군으로 힘들어하지 않기 위함이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귀찮아지고,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모든 게 가능해지는 게 사람이다. 결국 귀찮음은 상황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짐한다. 귀찮음, 너와는 이별이다.



내 안의 한 줄

귀찮음은 내가 넘어서야 할 문턱일 뿐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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