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와 라떼가 불러낸 상상 휴가

[D-282] 이런 날은 잠시 쉬고 싶다.

by Mooon

D-282. Sentence

이런 날은 잠시 쉬고 싶다.


@coffeego.mohb

느낌의 시작


이런 날은, 정말 잠시라도 쉬고 싶다. 하지만 ‘잠시’는 내 사전에 잘 보이지 않는 단어다. 늘 해야 할 것들이 끊임없이 달력에 꽉 찬 상태로, 나를 밀어붙이고 있다.



마음의 흐름


어제 자정이 넘어서야 이번 주 금요일 워크숍 준비 모임을 마쳤다.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에 겨우 잠자리에 누웠지만, 오늘 아침은 안성행 스쿨버스를 타기 위해 또다시 부랴부랴 사당으로 향했다. 지하철에 몸을 실었지만 정신은 이미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며칠째 이어지는 몽롱함은 오히려 내 삶의 기본값처럼 느껴졌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머릿속은 또 바쁘게 돌아갔다. 내일 대학원 수업 준비, 이번 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논문 수정, 그리고 금요일 워크숍 PPT 제작. 이미 정신은 멍했는데 손가락은 자판 위에서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내일 수업 준비를 마칠 즈음, 수업 시작 시간이 닥쳤고, 커피를 들이켜 겨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학생들이 조별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논문을 붙잡고 줄이고 줄이며 다시 고쳤다.


애초에 16페이지 분량으로 A학회에 냈다가, 학회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사 불가. 결국 B학회로 방향을 틀었지만, 1장이 늘어날 때마다 게재비가 추가된다. 규정은 기본 10페이지. 16페이지로 작성한 논문을 억지로 줄이고 또 줄여 제출한 지난날의 나를 원망하며, 이번 주 금요일까지 다시 제출하지 않으면 게재 불가가 뜬다는 생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달아 6시간의 수업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습관처럼 인스타를 보는데, 내 사랑 강원도의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1년에 5번도 다녀온 적이 있다. 셀 수 없이 가고 또 갔어도 또 가고싶고 그리운 강원도.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카페 커피고. 바닷가로 걸어서 닿을 수 있고, 심지어 대형카페도 아니고, 무엇보다 라떼가 진짜 맛있다. 아들 둘이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걸 보며 커피를 즐기던 그 풍경이 떠오르자, 그리움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그래서 혼자만의 달력에 약속을 남겼었다. 나의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두 아들은 학교에 보내고, 나 혼자 당일치기로 강원도에 다녀오겠다고. 가평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고, 곧장 커피고로 달려가 바다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시나리오.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현실은 꿈으로 끝났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애틋했다.


오늘 커피고 계정에서 “1년에 몇 번 없는 동해의 저녁노을” 릴스를 봤다. 화면 속 노을은 나를 단숨에 끌어당겼다. 지금 저 자리에 앉아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말이면 늘 속초에서 남편, 두 아들과 함께 첫째 아들의 생일을 겸해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아직 12월은 멀지만, 그 전에라도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4개의 수업, 1개의 프로젝트, 새로운 퍼스널 브랜딩 서비스 개발을 위한 특강 투어. 어쩌면 가능하지 않기에 더 간절히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결국 내일 특강 PPT를 만들어야 하니, 잠은 물 건너간 듯하다.


이런 날은 잠시 쉬고 싶다, 커피고 대표님의 고백처럼. 바다 영상을 보며 나도 똑같은 마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괜찮다. 기분 좋은 상상만으로도 버틸 수 있고, 또 그렇게 감당해내는 게 결국 나의 보통날이다. 배가 불룩하도록 저녁을 먹었으니, 오늘도 다시 달려보자.



내 안의 한 줄

몸은 여기있지만, 마음은 이미 바다에 앉아 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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