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7] 재설정 & 시작
D-297. Sentence
재설정 & 시작
느낌의 시작
재설정 & 시작. 오늘은 급작스럽게 1차를 통과한 발표면접이 있던 날이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무언가를 발표하고, 심사를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그냥 경험상 해보는 것이라 말하면서도, 은근 긴장되고, 심지어 설레기까지 했다.
마음의 흐름
두 아들을 보내고, 발표 장소가 있는 공덕역에 도착했다. 이곳은 심지어 내가 좋아하고 애정하는 프릳츠 도화점이 있는 곳. 그곳에 가야지만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공간을 사랑한다. 도화점은 나에게 그런 곳이다. 그냥 들어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옛스럽지만 옛스럽게만 느껴지지 않고, 현대적 감성이 철철 묻어나는 곳. 그래서일까. 공식적으로 이곳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또 기분이 좋았다.
발표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좋아하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라떼와 만주를 시켰다. 그리고 시작한 발표 연습. 오늘 나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5분이었다. 이미 어제 운영사무국에 제출한 20페이지짜리 발표자료를 보고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5분 안에 다 발표할 것이냐며 걱정했었다. 남편은 1, 2페이지만 얘기하면 5분이 다 지나갈 것이라 했다.
나름 전략이 있었다. 풍부한 PPT 자료를 보여주며 결코 대충 준비하지 않았다는 성실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발표는 페이지당 핵심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며 간단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 그 목표를 향해 카페 맨 구석에 앉아 핸드폰 타이머를 켜고, 5분을 맞추기 위해 재설정과 시작을 반복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6분을 기록했다가 5분 20초대에 나왔다가 4분대가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다 되어 짐을 챙겨 발표장소로 이동했고, 대기실에서 등록을 하고 내 순서를 기다렸다. 발표면접은 오전 9시에 시작했고 나의 발표시간은 오후 2시 40분이었다. 대기장소에서 발표 연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보시고, 이미 발표를 마치시고 나오시는 분께서 심사위원이 몇 분이시고 어떤 분위기인지를 알려주시며 화이팅을 외쳐주셨다. 젠틀하신 분들이시니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하시면 된다는 말에 얼마나 편안해지던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름이 불렸고, 나는 커다란 타이머를 옆에 두고 발표를 시작했다. 연습한 대로 했다고 했지만 발표를 마치고 타이머를 보니 4분 23초. 헉. 나는 속사포였던가. 숨을 쉬긴 한 건가. 너무 과도한 연습으로 인한 부작용인가. 저분들은 내가 무슨 말하는지 이해하셨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고, 심사위원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현실가능성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이었고, 내가 무엇이라 대답했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 기억나는 것은 면접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던 내 자신뿐이다.
함께 준비해준 팀원들에게 연락을 했고, 발표를 잘했건 못했건 무조건 잘했다고 이야기해주는 팀원들이 고마웠다. 오늘 또 한 번의 새로운 하루가 지나갔다. 시작과 재설정을 반복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과정들이 결국 나의 매일매일이 아닌가 싶다. 긴장이 풀리니 오늘 아침 학교에서 롯데월드를 가는 첫째 아들을 좋지 않게 보냈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발표도 끝났고, 아들과의 전쟁 같던 아침도 지나갔다. 다시 리셋. 재설정하고 다시 시작하자.
내 안의 한 줄
삶은 매일, 재설정과 시작 버튼을 누르며 이어진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