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8] 제2의 인생, 삼척에서 찾다.
D-298. Sentence
제2의 인생, 삼척에서 찾다.
느낌의 시작
제2의 인생, 삼척에서 찾다. 이번 발표 제목이었다. 어제는 2차 심사를 봤고, 오늘은 발표 예정이었다. 애써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외면하며 다른 일들에 집중했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나였다.
마음의 흐름
사실, 이번 사업은 대단한 지원금이 걸린 것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준비하며 공을 들인 사업도 아니었다. 선정된다 해도 그다음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합격보다는 한번도 해보지않았던 것을 ‘시도에 의미’를 두고 시작한 일이었다. 실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도 얻은 게 많았고, 2차 심사 발표 과정 자체도 나에겐 득이었다. 실보다 득이 분명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결과 메일.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그 짧은 한 문장이 온갖 현실을 내 머릿속에 쏟아냈다. 두 달 동안 삼척에 10번을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세 개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11월까지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가능한 일일까. 합격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곧 생각했다. 일단 Go. 여기까지 왔는데, 해보지도 않고 첫 발걸음도 떼지 못한 채 걱정만 잔뜩 짊어지려고 도전한 게 아니지 않은가. 포기는 정말 “여기까지는 안 되겠다” 싶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어제 심사위원장으로 보이던 분이 던진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만약 합격한다면, 삼척에 내려가야 하는데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그때는 내 생각을 짧게 전하고 마무리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결국 문제는 논리를 짜고 설득력을 쌓는 종이 위의 작업이 아니라, 실제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다. 글과 말로는 세상도 뒤엎을 수 있다. 종이 위에서는 세계 최고 부자도 될 수 있고,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순식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아들에게 원하는 만큼 다 해주지 못해 아픈 엄마이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급격히 늙어가는 게 낯설어 거울조차 보고싶지 않은 요즘이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진짜 현실이다.
아무리 불평하고, 아무리 힘들다고 소리쳐도 바뀌는 건 없다. 그렇다면 결국 답은 하나, 움직이는 것. 나는 심사 자리에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찾도록 돕는 새로운 은퇴문화 모델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뽑은 칼로 무라도 잘라야 한다. 내 영역이라 믿었던 틀 안에 갇히지 말고, 나에게 남은 시간들을 더 새롭게, 새롭게 채워가야 한다. 그까짓 것, 해보는 거다. 하면 되지 뭐.
내 안의 한 줄
세상은 내가 직접 걸어 들어가는 발걸음으로만 바뀐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