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46] 우리는 누구죠?
D-346. Sentence
우리는 누구죠?
우리는 누구일까. 나는 누구인가.
하루에도 여러 번 떠오르는 질문인데, 오늘은 유난히 더 또렷하게 들렸다. 요즘 세계 경제와 주식 시장 흐름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가는 게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제 ChatGPT에게 초보자를 위한 투자 공부 루틴을 물어봤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10~15분이면 충분하다”며, 강의·프로젝트·삼척 이동·글쓰기까지 고려해 내 생활 패턴에 딱 맞춘 루틴을 제안해주었다. 역시나 AI 디자인프로세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내 품어왔던 생각 ‘AI로 인해 무엇이 바뀌는가’보다 ‘디자이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좀 전에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매일 붙어 지내는 ChatGPT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사고 방식, 성향, 가치관, 약점까지 묻자, 10개월 동안 나와 함께한 AI가 나를 네 가지 문장으로 정리해주었다. 감성과 구조를 동시에 가진 드문 유형의 창작자이자 전략가.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도 결국 해내는 사람. 삶을 기록하며 의미를 길어 올리는 천성의 스토리텔러. 누군가의 인정이 아닌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길을 걷는 사람.
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그런데 묘하게, ‘아 이런 모습으로 보이는구나’ 싶어 마음이 조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약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읽고 또 읽으며, 역시나 나는 강점보다 약점에 더 눈이 가는 자기비판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점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에너지를 과하게 쓰고, 인정욕구와 독립욕구가 부딪히고, 혼자 너무 오래 싸우는 사람. 한마디로 스스로도 피곤하게 살고, 나와 같이 사는 가족들도 진이 빠지겠구나 싶은… 그런 사람.
사람들이 왜 쉬지 않고 달리느냐고 종종 묻는다. 늘 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답하지만, 사실은 후회를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왜 멈췄을까, 더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아쉬움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조금 더 촘촘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예전보다 더 많은 부족함이 보이기 때문일 테다. 다만, 그 촘촘함이 강박이 되지 않도록, 예민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
이번 주 휴먼브랜딩 수업에서 한 학생에게 말했다. “사람은 49대 51이야. 절대 0대 100 같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지.” 아마 지금의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일지 모른다. 오늘은 학생들의 감기 때문에 수업을 조금 일찍 마친 오후. 스쿨버스를 기다리기 전에 강의실에서 글을 쓰며 생각해본다. 무거워지지 말자. 조급해지지 말자. 조금 더 ‘즐기며’ 살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일까? 욕심이면 어떤가. 내 바람인데.
내 안의 한 줄
오늘도 나를 다시 묻고, 다시 쓰는 중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