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않고 다시 찾아와준 개나리.

[D-423] 늦었지만 서울대 다녀오겠습니다.

by Mooon

D-423. Sentence

늦었지만 서울대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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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핸드폰 사용정지를 당한 첫째아들은 어떻게든 빨리 핸드폰을 돌려받아 야구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나이의 간절함은 참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30년째 LG팬인 친구는 개막전을 보기 위해 어렵게 표를 구해 야구장에 다녀왔고, 결혼 전 롯데팬이었던 남편의 영향으로 나 역시 회사 반차까지 써가며 한국시리즈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그 열기가 좋아서 따라갔던 것 같고, 지금은 그 기억이 그냥 한 장면처럼 남아 있다. 나는 여전히 야구를 잘 모른다. 남편과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이름은 알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


야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인지가 먼저 전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하며, 한결같은 자세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 기록보다 태도로 기억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보다 먼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무엇이 저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문득 그런 질문이 따라온다.


생각해보니 나는 결과를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이 더 길었다.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에 집중하며 살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본다. 이 나이에 서울대를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서울대를 가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결과를 갖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을 살아내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으니까. 꾸준함, 성실함, 흔들리지 않는 방향. 어쩌면 그것이 결국 결과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창밖을 보니 개나리가 피어 있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이미 봄이 와 있다. 시간은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이 자신의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멈춰 서 있던 건 늘 나였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고, 주춤하고, 망설이며 스스로를 지연시켜온 시간들. 하지만 계절은 그런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방식대로, 자기의 리듬대로 도착해버린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본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명예를 갖는 것, 자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택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 기준이 선명해질 때, 나의 방향도 함께 또렷해질 것이다. 오늘도 나는 결과가 아닌 태도를 선택하며,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을 지나고 있다. 오랜만에 마주한 노란 개나리꽃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 준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한 줄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선택이 결국 나의 방향이 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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