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 창밖에 눈보라가 몰아친다. 밖에서 떨고 있을 소다가 걱정이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소다가 잠자고 있는 툇마루까지 눈이 들이쳤다. 집 밖으로 고개를 내민 소다가 추운 듯 기지개를 피며 애처롭게 긴 울음을 운다.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소다집 입구에 눈을 쓸어내고 바람을 막을 임시 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했다.
중산간에 위치한 우리 마을은 겨울철 눈이 많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80cm 가까운 눈이 내려 고립이 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이면 이 곳 주민들은 고립을 대비해 비상식량을 쟁여놓고, 스노타이어를 미리 준비한다. 올해는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아 방심했더니 역시 장난이 아니다. 아침부터 학부모 카톡방에는 출근을 어떻게 하냐며 난리다. 도로 곳곳에 사고가 났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반면 인근 바닷가 함덕에는 눈이 하나도 내리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 아침을 먹고 나간 소다가 내내 보이지 않았다. 눈보라가 몰아쳐 혹시 길을 잃은 걸까? 아니면 이 추위에 새끼를 다른 곳에서 낳은 걸까? 걱정이 된 아내와 나는 창문을 열고 소다를 여러 번 불러 보았다. 평소 같으면 근처에 있다 달려올 소다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소다는 오후에 하교하는 딸과 함께 돌아왔다. 알고 보니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따라 학교에 갔단다. 첫째 아들이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소다는 학교 안까지 들어가려 했지만 아이들이 막아서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교실 밖 나무 위에서 눈을 맞으며 공부하던 아들을 지켜보았단다. 그러다 오빠보다 먼저 수업을 마친 딸을 따라 집으로 귀가한 것이다. 역시 소다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나저나 내일도 눈보라가 몰아친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니 여러모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