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5. 환한 걸레(김혜순)
[하루 한 詩 - 085] 사랑~♡ 그게 뭔데~?
물동이 인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저 아래 우물에서 동이 가득 물을 이고
언덕을 오르는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땅속에서 싱싱한 영양을 퍼 올려
굵은 가지들 작은 줄기들 속으로 젖물을 퍼붓는
여자들 가득 품고 서 있는 저 나무
아래 누워 그 여자 가랑이를 만지고 싶다
짓이겨진 초록 비린내 후욱 풍긴다
가파른 계단을 다 올라와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물동이들이 줄기 끝
위태로운 가지에 쏟아부어진다
허공에 분홍색 꽃이 한꺼번에 핀다
분홍색 꽃나무 한 그루 허공을 닦는다
겨우내 텅 비었던 그곳이 몇 나절 찬찬히 닦인다
물동이 인 여자들이 치켜든
분홍색 대걸레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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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는 헤픈 여자를
‘걸레’라 속칭한다.
분홍색 환한 대걸레에
위대한 여자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삼류소설 같은 단어의 나열이
생명의 환희와 꽃피움으로~
휴식을 제공하는 나무 그늘로~
태어난 자궁으로의 회귀로~
이별의 공포로부터 탈출로~
느껴지는 것은 독자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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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더~!]
시골에서 중딩 시절 청소 시간에
마루 교실을 열심히 걸레로 닦다가
미니스커트 여선생님이 옆에 오면
일부러 옆으로 미끄러지곤 했다.
여선생님도 무슨 뜻인지 아는 듯
“야 인마~ 뭘 봐~!”
“오늘은 빨간색이야”
넘어져 뒹구는 엉덩이 발차기로
중딩의 호기심과
훈계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지금 같으면 선생님 성희롱으로
퇴학 감이 아니겠는가?
해학이 있는 교실 풍경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