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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사랑(愛)’의 의미(1. 첫사랑)

삶은 의미다 - 81

by 오석연

‘사랑’‘다른 사람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관계나 사람’을 뜻한다. 愛(사랑 애)는 천천히 걸어가(夊)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를 손(爫)으로 감싸(冖) 안으며 마음(心)을 고백한다는 데서 ‘사랑’을 나타내는 한자이다.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사랑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戀(그리워할 련)은 뜻을 나타내는 心(마음 심)과 소리를 나타내는 䜌(어지러울 연)이 합쳐진 한자로 ‘그리워하다’, ‘그리다’를 뜻이다. 실타래가 치렁치렁 내려오는 모습의 䜌을 응용해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한 글자다. 愛가 박애, 애정 등 좀 더 넓은 사랑을 뜻하고, 戀은 연정, 연인, 연모 등과 같이 이성간 나누는 사랑을 뜻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이라는 말에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 등을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란 의미 외에도, 남을 돕는 마음,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 마음 등의 뜻도 있다.

사랑은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사람에 대한 사랑과 물질에 대한 사랑으로 나눌 수 있다. 물애(物愛)는 음식, 물건 등에 대한 사랑으로 애매모호 하지만 동물을 포함하기도 한다. 다음은 사람에 대한 사랑 중 가장 대중적이고 복잡한 것이 성애(性愛)다. 인간이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사랑이며, 번식을 통하여 동반자, 부모, 자녀 등의 가족을 형성한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든 빠질 수 있는 사랑으로 결혼과 출산을 통해 다음 세대로 사회를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성적인 욕구가 따르는 성애는 주로 이성 간에 맺어지는 사랑인 연애에서 가장 발현되기 쉽다.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이라는 부모님 사랑인 모성애(부성애)가 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때까지 모두 내어주는 잘못된 방향의 과한 자식 사랑이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부모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사랑이기에 이해는 간다. 이 밖에도 형제나 친구에 대한 사랑인 우애(友愛)/우정(友情)이 있고, 범위를 넓혀 시대와 장소, 국가를 초월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베푸는 인류애(人類愛), 박애(博愛)가 있다. 휴머니즘은 성인들의 사랑에서 볼 수 있으며 종교로 승화되기도 한다.

‘첫사랑’은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 혹은 진심으로 사랑했던 첫 상대’를 말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사랑의 의미가 다르기에 첫사랑의 의미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첫사랑의 기억은 애틋하고 찡할 수밖에 없고, 오래 기억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불꽃 같은 감정에 처음으로 빠졌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도 잊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하는데, 확실히 첫사랑이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데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처음 하는 연애이다 보니 서투르다.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어떻게 사랑하는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양쪽 다 첫사랑이라면 더더욱 심하다. 둘째, 감정관리, 갈등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관계이고,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사랑하는 감정이 여러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시기이다 보니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고, 차분하고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젊은 패기에 열정과 욕망에 사로잡혀 앞뒤 물불을 못 가리고 일을 그르치게 된다. 셋째, 사랑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너무 크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성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상대에 대한 기대의 눈높이가 극히 주관적이고 높다. 결국 ‘이게 아닌데’라며 헤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젊은 날의 연애는 책임이 빠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 날 첫사랑의 결실이 잘 맺어지지 않고, 애절하거나 쓰라린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가끔 문득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는 것이다. 과거의 일이고 이미 지나간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떠나보내지도 외면하지도 못한 채 애틋한 추억 속에 살아서 움직인다. 그것은 옛 연인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그 시절 미숙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심은 옛 연인을 잊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동아줄이 되어, 어떤 사람은 평생을 간직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경우, 첫사랑과 짝사랑의 혼합된 형태가 강렬한 경험과 욕망으로 그대로 기억되고 내려놓지 못한다. 즉 철이 든 후의 연애 대상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고 두꺼운 콩깍지가 적용되기 쉽다. 따라서 실제 첫사랑의 대상이 된 인물보다 기억 속에서 훨씬 더 미화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더욱 잊히지 않는 것이다. 하긴 그 파릇파릇한 시절에 이쁘지 않은 연인이 어디 있겠나.

오랜 기간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추억으로 가지고 있다가 10년이나 20년 후에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첫사랑에 대한 환상적 추억을 가지고 실제로 만나게 될 경우, 실망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환상이 깨질까 무서워 그리워하면서도 직접 만나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 강산이 한두 번 변하는 세월이 지났는데, 어찌 사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가. 고고한 학처럼 살 것 같았던 사람이 평범한 중년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지극히 당연하지만 받아들이기 불편하고 깨진 유리구두가 되는 것이다.

한편 첫사랑은 짝사랑이 될 경우가 많다. 첫사랑이 자신을 좋아해 준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성숙하여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게 되는 것과 달리, 첫사랑은 그야말로 이상 그 자체이기에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상대가 전혀 될 수 없는 초등생이 선생님을 좋아한다든지, 과년한 이웃집 누나나 오빠를 좋아하는 것이다. 하긴 짝사랑이 첫사랑의 범주에 포함되는지는 모르겠다.

짝사랑은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만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가슴 아프고 힘들다. 당연히 나만 놓으면 끝나는 사랑이기도 하다. 사랑이 서로 교차하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괴로운 사랑이 된다. 다만 어린 시절 짝사랑을 하게 되면 아프기는 하지만, 외모 관리, 성적 관리, 성적 가치관의 확립으로 인한 개인적 성숙 등 짝사랑 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변한 수 있는 것은 좋은 점이다.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못 잊는다.’라는 말이 있다. 남자는 가장 감각적으로 다가온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고, 여자는 현실적으로 결혼에 골인한 사랑을 기억하는 것이다. 사랑에서도 남자는 환상, 여자는 현실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첫사랑이다. 사랑부터가 원래 많이 써온 소재인데다가 첫사랑 특유의 아련함이 감성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알맞기 때문이리라. 문학이든 예술이든 드라마든 첫사랑의 얘기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가 과거의 이야기를 끌어오는 방식이 훨씬 많다. 그만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고 남자들이 첫사랑을 더 잊지 못하며 애틋하다는 말이다.

첫사랑을 완벽한 사랑으로 끌고 가기란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올인 사랑이 첫사랑이다.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그 순간만큼은 사랑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짝사랑이든 첫사랑이든 그 풋풋한 사랑의 마음을 무엇에 비길까. 모든 사랑이 첫사랑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거부하지 말고 흔쾌히 짜릿한 사랑의 세상으로 걸어가시길~!



2. 사랑과 삶.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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