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그리운 컨닝(박노해)

[하루 한 詩 - 256]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아이들이 시험을 치른다

책상 위에 컨닝 방지 가림판을 세우고

친구와 친구 사이에 분리장벽을 세우고

서로를 딛고 이겨 살아남겠다고

홀로 참호에서 어린 머리를 쥐어짠다

나 어릴 적 시험시간이면

서로 잘하는 답을 깨알같이 적은

컨닝페이퍼를 몰래몰래 돌리고

슬쩍 시험지를 바꿔 도와주면서

성적보다 우정이 더 소중함을 느끼던

그 시절이 그리워라

아이야 분리장벽을 치워라

인디언 아이들도

아프리카 아이들도

안디노스 아이들도

문제를 풀 때면 서로 모여 머릴 맞대고

의논하며 정답을 찾아간단다

삶에서 부딪치는 중요한 문제들은 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가는 것

혼자 숨기며 주어진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

자신이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망쳐간단다

문제건 답이건 숨기고 독점할 때

외로와지고 괴로와지는 게 인생이란다

아이야 너를 경쟁으로 줄 세우고

모두를 패배자로 떨어뜨리는

세계의 분리장벽을 무너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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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실에 60명이 넘었던 시절

시험 날이면 책상을 떼어놓고

복도에 두 줄을 내보내도 부족해

책상 위에 가방으로 벽을 쳤다.

그래도 머리의 한계를 극복해보려

갖가지 커닝 방법이 동원되었다.

날카로운 연필로 쓴 커닝페이퍼,

첫 글자만 책상 위에 써놓기.

약속된 친구 답안 훔쳐 보기 등

새벽부터 시험 칠 강의실에 와

깨알같이 책상 위에 써 놓았는데

감독 교수가 와서 강의실을 바꾸란다.


아뿔사~!

그날 반 이상의 학생은

시험지 나눠주기 무섭게

‘다음 학기에 다시 듣지, 뭐~!’하며

백지 답안을 제출하고 나갔던

컨닝에 대한 웃지 못할 기억이 새롭다.

그 시절 컨닝을 막기 위해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가방이

우리의 은밀한 소통을 막았던

벽(壁)의 시작이었구나.

이제 벽을 눕혀

너와 내가 소통해야 할

온 세상을 연결해야 할

오작교 다리를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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