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설민
제목부터 이끌림이 있는 영화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살면서 중요한 부분이고 균형을 이루고 싶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때부터인지 아무거나 먹고, 기도는 점점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어 가고, 마음에 여유(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가장 큰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닐까 한다. 주머니에서 인심이 난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물질이 아니라도 줄 수 있는 게 많다고 하지만, 요즘 세상은 그것도 어느 정도 물질이 따라준 후에야 통하는 것 같다. 표현해야 사랑이고, 줘야 표현이 되는 세상이랄까?)가 없어지며 각박한 생활에 길들여가니 사랑이라는 말이 어색했었다. 과연 내가 자신을 사랑하는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아끼고 있는가? 스스로 살아내기에도 벅찬데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없다는 이유로 한동안 외면하며 살았다. 아니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는 게 정답이다. 내 신경 안테나는 때로는 감당을 못하면서도 타인에게 감정 이입이 너무 되었다. 젊었을 때는 감당이 되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함께 바닥으로 치닫는 듯한 인연이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을 수 있지만, 차츰 나를 조금만 미워하고 때로는 토닥여주며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결이 같은 사람들을 둘러볼 겨를이 생겼다. 맞지 않는 구두를 억지로 구겨 신고 발이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옷도 취향이 있고 음식도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그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맞으면 함께 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리를 두는 게 삶의 지혜라는 것을 불과 얼마 전에야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 영화는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화 바탕 수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전기 로맨틱 드라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혼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처음에는 볼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던 영화였는데, 최근에 다시 그 영화를 마주했을 때 더는 선입견이 없어서 보게 되었다.
안정된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 아파트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서른한 살의 언론인 리즈는 언젠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을 갖는다.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리즈가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하고 일, 가족, 사랑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무작정 일 년간 긴 여행을 떠난다.
리즈는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리즈는 남편과 이혼 후 젊은 남자와의 짧은 연애를 하다 ‘떠나기’를 결심한다.
그렇게 로마, 인도, 발리를 여행하는 그녀. 로마에서 잔뜩 먹고 인도에서 명상하는 법을 배우고 발리에서 사랑하는 이를 찾게 되는 여정을 통해 그녀는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
리즈의 행보는 정말이지 나의 희망이다. 아직 혼자서 1박 2일 이상의 여행은 해보지도 못하고 해외여행은 엄두조차 못 내는 나로서는 리즈의 강단이 부러웠다.
몇 달 일하지 않아도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지만 생활고가 겁난다. 당장 카드값과 생활비가 목을 조여 온다. 그 일로 죽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진짜 죽을 것 같이 힘들면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내가 살만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작은 구슬만 한 욕심을 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디로 구를지 모르는 구슬을 캔버스 위에서 굴리는 푸어링 아크릴화를 보면서 조바심 내는 내 모습 같았다. 그것을 보니 우스웠다. 이제는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믿음이 나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즈는 웰빙 번아웃이 온 것이다.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을 때, 나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고, 더 열심히 살 궁리를 했었는데 리즈는 다 내려놓고 떠났다. 그게 나와 리즈의 차이점이다.
웰빙 번아웃은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한다.’라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웰빙을 위해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챙기고, 잠을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여행 등 여가 생활을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이 현대인에게 또 다른 족쇄이자 감옥이 되고 있다.
노력하면서도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으면 더 하지 않아서 그렇다, 제대로 못 해서 그렇다고 스스로 다그치는 그것이 내 모습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노력도 나에게 맞는 옷과 구두를 신고,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너지를 냈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래서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말이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신과 맞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은 결과를 내기가 더더욱 힘든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나의 무지에서 온 것이니 남 탓을 할 수도 없다. 단추가 엇나가게 끼워졌다면 다시 풀고 제대로 해야 하는데, 억지로 옷을 맞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우스운 꼴이 되니 말이다.
리즈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른 세계로 갈 수가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봐야 한다.
*** 웰빙 번아웃이 왔을 때 극복하는 방법
1. 주변 소음을 줄이고, 나의 내면을 듣기
2.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연습하기
3. 타인과 웰빙 여정을 함께하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기한이 정해진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려면 뾰족한 주제가 있어야 하니까. 그러면서도 반드시 때때로 달콤한 게으름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반드시 누려라.
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메타인지를 키워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정도는 스스로 정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를 위해 먹고,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해보고, 하루 5분 명상하고 사랑하라.
마지막으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목적의식이 더 강화된다.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쁨, 커뮤니티의 힘. 나는 그것을 위해 [글림]이라는 커뮤니티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내가 마음의 치유를 가장 많이 받는 모임이다. 남은 인생을 놀이터처럼 재미나게 나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함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연대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엿보는 일이 즐겁다.
현재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떠나는 용기!
이 영화는 여행을 떠나 그 지역 특유의 음식을 양껏 즐기고, 명상을 통해 잡념과 욕망을 덜고 삶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노력이 등장하고, 생애 가장 궁극적이고도 본능적인 소재인 ‘사랑’이 등장한다.
사랑을 잃었고, 그래서 새로운 사랑이 두려운 주인공의 자아와 사랑의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여행은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기 위한 단골 소재다. 익숙한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를 갖추기 위한 내적 여행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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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기도를 들어줄 신은 내 안에 있다. 내면의 신을 찾았다면 인간의 본능이자 관계의 원천인 사랑을 해보자. 때로는 사랑 때문에 균형을 깨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을 바로 잡고, 타인과의 사랑도 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균형 잡힌 삶’이 아닐까 한다. 자신도 사람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춰야만 우리가 모두 잘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문제가 ‘집착’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버리기 위해 여정을 보내지만, 또다시 ‘삶의 밸런스’에 ‘집착’하느라 눈앞의 사랑을 밀어내고 만다. 밸런스를 잃게 되면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 될 뿐이라는 주술사 케투의 말에 매일 명상하고 주술사와 대화하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삶 자체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 바로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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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용서하기
슬픔도 언젠가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내는 거야.
아픔을 마주할 수 있다면 진실 다다른다.}
리즈가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결국, 나는 내가 자연의 법칙이라 부르던 건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본성의 힘은 중력의 법칙처럼 실재하는 것이다. 내 자연의 법칙은 이렇다. 편안하고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 그게 집이든 감정의 응어리든 외면의 것이든 내면의 것이든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났을 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깨달음의 과정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인정하기 힘든 자신이 모습을 용서할 준비가 되었다면 진리는 당신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떠남은 머무름보다 어렵고 힘든 결심이자 실행이다. 매일 같은 일상이 되풀이되고 거기에서 염증과 짜증을 느끼고 있다면, 자, 우리, 떠나보자! 리즈처럼 현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일 년여 동안 떠나기는 어렵더라도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보자, 그것이 큰 변화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전에는 나를 가로막는 것이 외부의 일, 타인인 줄 알았다. 사회적, 개인적 울타리를 벗어나 보니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도 지금도, 나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다. 자연의 법칙대로, 본성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될 거라는 생각이다. 내 안에 적이 생길 때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괜찮아. 잠시 벗어나도 살 수 있어. 다시 균형을 잡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