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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주쌤 Nov 26. 2024

학부모 상담, 후.. 지금 나만 힘든 건가?

이번 주는 하늘 초등학교 학부모 상담 주간이다. 1학년 엄마들과 아빠들은 우리 아이가 적응을 잘했는지 궁금해서 대부분 상담을 신청했다. 이한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카톡, 카톡, 아침부터 이한 엄마 핸드폰의 단톡이 바쁘게 울린다. 

    

"오늘 혹시 상담 가는 사람 있어? 나 마지막 타임 신청했어! 누구 가는 사람~! 끝나고 우리 커피 마시자~! 태욱이 언니랑 나랑은 끝나고 커피 마시려고~~"(주인 엄마)


"이한이네랑 나도 오늘이야~ 우린 시간이 좀 더 빨라. 우리도 커피 마실까 했지. 끝나고 커피 마시자~!"(윤이 엄마)


"난 어제 했는데! 아쉽다~! 나도 같이 커피 마시고 싶다 ㅠㅠ"(민서 엄마)     


이렇게 학부모 상담이 끝나고 시간이 되는 엄마들끼리의 카페 모임이 성사됐다. 

오후 5시. 엄마들은 학교 앞 카페에 모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주인이 엄마가 들어왔다.  

   

"어후! 벌써 다 와 있었네! 너무 힘들다! 상담 왜 이리 길어! 일단 커피 좀 시키고 올게! 선생님이 말 너무 많으시다! 피곤해 죽겠네! 카페인 땡겨!"


"주인이는 상담을 길게 했나 보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으셨대? 궁금하다! 얘기 좀 해봐!"


"태욱이는 길게 안 했어? 언니, 주인이는 정말 학교에서 무슨, 지, 혼자 그리 많은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아주 난리더라. 걔가 진짜 특이한 건 알았지만 학교에서도 튀나 봐. 안 그래도 내가 운영위원도 하고 있고 해서 학교 자주 가잖아. 선생님이 워낙 주인이를 예뻐하긴 해. 딱 봐도 상담이 길어질 것 같아서 마지막 타임을 신청한 거거든. 역시나 상담하는 내내 아주 그냥 난 수다 떨고 왔어."


"언니는 진짜 그 친화력 어쩔 거야. 선생님이랑 수다를 떨고 오다니. 난 진짜 그냥 ‘네. 네.’만 하고 왔는데! 우리 윤이는 학교에서 그냥 얌전하고 친구들이랑 잘 지낸다고. 그럼, 뭐 걱정 없지. 그래서 그냥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금방 나왔어. 선생님이 확실히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포스가 장난 아니시더라고. 하. 이한이는 어땠어?"  


"그냥 잘 지낸다고. 1학년 적응 잘해서 나도 그냥 감사 인사만 드리고 왔어.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시더라고. 이한이가 선생님 워낙 좋아하거든. 그래서 그냥 얼굴 뵙고 온 거지. 뭐."


"그렇지. 학교 선생님들도 얼마나 힘드니. 요즘 뉴스도 많이 나오잖아. 진상 엄마들 얘기. 어휴. 난 진짜 이해가 안 가. 그 진상들은 자기 자식도 진상일 거다. 주인이는 그렇게 힘든 친구들을 나서서 다 도와준대. 주인이 반에 좀 아픈 애 있잖아. 걔를 그렇게 잘 챙겨 준다네. 걔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좀 힘든 애들을 자기가 나서서 도와주더라. 그런 것도 타고나는 건가 봐. 가르친 것도 아닌데, 신기해."


"주인이 기특하네. 1학년이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태욱이가 주인이 인싸라고 그러긴 하더라. 수업 시간에도 그렇게 계속 혼자 얘기 많이 한다고. 하하하"


"안 그래도 그것도 선생님이 정말 고맙대. 수업 시간에 활력을 준다고. 주인이가 친구들한테 ‘으쌰! 으쌰!’ 자신감도 주고. 그렇게 수업 시간에 재미있게 발표를 잘한대. 이렇게 한 시간을 넘게 칭찬만 들었더니 오늘 기분 좋아서 주인이 맛있는 거 사줘야겠어. 하하하. 선생님이 주인이 같은 애들만 있으면 학교 선생님들 얼마나 편하겠냐고 그러더라. 어찌 그리 애를 잘 키우셨냐고 나한테 오히려 묻던데? 하하하. 언니는 태욱이보다 태희 상담 잘해봐. 난 요즘 태희 보니 걱정되던데. 아무리 사춘기여도 어른들 앞에서 예의는 지켜야지. 난 예의 없는 건 못 봐주겠더라."     


이한이 엄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 얘기 듣고 있는 거 지금 나만 힘든 거야? 다른 사람들은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 4시 15분. 주인 엄마와 주인이 담임 선생님의 상담 시간 -     


"선생님! 주인이가 어렸을 때부터 워낙 힘든 친구들을 잘 돌보고 마음이 착했어요. 

~~~~~~ ~~~~~~~~~~~~ ~~~~~~~~   ~~~~~~~~ 

그래서 유치원 때부터 인기도 많고, 친구들이 주인이를 워낙 좋아하고, 그래서 친구들이 주인이한테 집착하고 그래요. 

~~~~~~ ~~~~~~ ~~~~~~~~~~ ~~~~~~ ~~~~~~~"


"아. 네. 어머니. 주인이가 친구들 돕는 모습이 예뻐요. 안 그래도 유난히 친구 성준이를 돕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많이 칭찬해 줬어요. 주인이야 워낙 적응 잘하고 잘 지내고 있지요."


"그렇죠? 주인이가 워낙 마음이 여리고, 유머 감각도 있고 그래서, ~~~~~~~~~~~~~ ~~~~~~~~~~~~~ ~~~~~~~~~~~

지능 검사도 해봤는데 꽤 높게 나오더라고요. 호호호호"


"아. 그랬군요. 열심히 하면 언제든 빛을 낼 아이죠."


"호호호~~~~~~~~~ ~~하하하~~~~~ ~~호호~~~~ ~하하하~~~~ 하하하하 ~~~~~~ 그래서 ~~~~~~ 호호호~"     

(한 시간 후)     


"선생님. 그럼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세요!"


"네.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   

  

- 잠시 후 -     


드르륵     


"쌤! 이제 끝났어? 그 엄마죠? 어휴 고생했어요! 우리 반은 아까 끝났는데. 길게도 한다."


"응. 우리 반 제일 힘든 엄마 상담 끝났으니, 이제 난 할 일 다 끝난 거야! 아휴, 너무 힘들다! 입에서 단 내 나는 거 같아. 퇴근해서 매콤한 거 먹어야겠어. 으악!"


              



- 주인이 엄마는 왜 이리 눈에 보이는 잘난 척을 할까요?     

여왕벌들은 자존감이 낮다고 했었죠? 사실 스스로, 본인과 본인의 자녀가 자신의 이상향보다 너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영역에서는 진짜 그런 사람이 된 듯 착각 속에서 살고 싶은 것이죠. 

또 이렇게 자신을 포장하고 잘난 척하며, 자신의 시녀 역할을 해줄 만한 상대를 골라냅니다. 이런 허세에도 반응을 잘 해주고,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만만한 상대를 파악하여 옆에 두면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 주인이의 학교생활은 정말 훌륭할까요?     

주인이는 어른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입니다. 어른들 앞에서와 어른들이 없을 때의 모습이 매우 다를 겁니다. 여왕벌 아이들의 특징이죠. 어른들의 칭찬을 힘으로 생각하고 친구들 위에 서려고 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학기 초 교실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여왕벌 아이들은 친구에게 초반엔 잘해주다가 점점 다른 친구들과 편 가르기하고, 만만한 상대를 통제합니다.

내 아이가 어떤 친구에게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한다면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세요. 여왕벌 아이들이 사용하는 가장 흔한 통제의 시작입니다. 

    

- 주인이 엄마는 갑자기 왜 태희 이야기를 했을까요?     

태욱이 엄마가 주인이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건 본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그건 여왕벌에게 감히 있을 수 없는 하극상인 거죠. 주인이 엄마는 그 벌로 저렇게 모두 앞에서 태희를 공격 후, 따로 태욱 엄마를 세상 따뜻하게 챙겨 줄 겁니다. 예를 들어 반찬을 챙겨 주거나, 아이들 선물을 챙겨 주기도 하죠. 

자신의 시녀로 끊임없이 길들이는 거죠. 제발 공격당했다면 당분간 연락이라도 무시해 봅시다.

여왕벌이 내 자녀나 나에 대해 평가하려 할 땐 "그런 이야긴 나중에 둘이 있을 때 하자." 혹은 "그건 당신이 할 이야긴 아니야. 당신도 내가 당신에게 그런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쁘겠지?"라고 여러 사람 앞에서 정확히 선을 그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도 여왕벌의 이야기를 참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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