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꼽기에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
속리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유입되는 보청천(報靑川)은 바닥이 온통 자갈로 되어 있어 투명할 정도로 물이 맑았다. 때문에 보청천이 휘감아 도는 (옥천군) 청산면에서는 자연스레 맑은 물에 사는 민물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이 발달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늘 이야기하는 '생선국수'이다. 예부터 청산(면) 사람들은 보청천에서 잡은 물고기에 갖은 양념과 야채를 넣어 매운탕을 즐겨 끓여 먹었다고 하는데, 쌀이 귀하던 시절에 쌀대신에 면을 넣은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생선국수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보은, 영동, 무주 등에서도 생선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옥천군의 가장 동쪽에 자리한 청산이 생선국수의 본향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토를 다는 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 청산면은 이러한 생선국수를 청산면의 관광상품으로 특화하여 '청산 생선국수 음식거리'를 조성하기에 이르렀는데, 청산면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이런 대형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아, 청산면은 너무 많은 생선국수집들이 난립하여 청산의 생선국수 이미지가 추락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딱 8개의 생선국수 음식점을 지정하였다. 아래 사진속의 안내판에 그들 8개 음식점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는데, 바로 금강집, 뿌리생선국수, 선광집, 전설의 생선국수, 찐한국수, 청산추어탕, 청양회관, 칠보국시가 그들이다.
그렇다면 이들 8개 생선국수 집 어디를 가도 일정 수준이상의 맛은 보장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이들 8개 생선국수집 가운데 인터넷을 통하여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은 단연 "칠보국시"이고, 그 뒤를 청양회관이 잇고 있다. 이처럼 칠보국시, 그리고 청양회관이 유먕한 이유는 나도 모르는데, 어쨌거나 외지인인 나로서는 생선국수를 맛보러 이곳에 온 이상 "칠보국시"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칠보국수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청산면 지전리에 위치하고 있고, 지도상으로는 이런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보라색으로 줄쳐 놓은 곳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 한 청산 생선국수 음식거리이다. 아, 아래 지도를 보면 보청천이 마을을 따라 흘러가고 있는 것 보일 텐데, 시간이 허락하면 보청천을 따라 달려 볼 것을 권한다. 깨끗한 물길을 따라 도로상에 숲이 우거져 있어서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니 말이다.
칠보국시의 외관인데, 보다시피 그리 크지는 않다. 내부 또한 그러하고.
칠보국시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자체 주차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주말에는 청산보건소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고, 평일에도 생선국수 거리 사거리에 무료 주차구역이 많으니 주차문제를 그리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아, 내가 주차문제를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대중교통이 그리 잘 연결되지 않아서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이 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말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청산면 자체가 옥천군의 가장 동쪽끝에 있어서, 옥천 관광에 나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정지용 생가가 있는 옥천 구읍에서 청산면까지는 자동차로 약40분이나 걸린다.
칠보국시의 간판. 생선국수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게되는 그림인데, 조금 짠하다. 사실 생선들은 국수를 먹지 못하고, 오히려 국수의 맛을 내기 위하여 국수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생각나서 말이다.
아, 청산면에는 금강 줄기를 따라 안임이보, 산성보, 새들보, 장사래보, 용잉이보, 범딩이보, 예실보 등 총 7개의 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아, "칠보"국시라는 이름은 이러한 지리적 특성에 착안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칠보국시의 매장은 그리 넓지 않다. 4인용 앉은 뱅이 테이블 4개, 그리고 4인용 입식 테이블 2개가 전부인데, 모든 테이블에 손님들이 계셔서 사진으로는 칠보국시의 내부를 보여주지 못한다. 주방 또한 그리 크지는 않아서,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앉은 테이블의 뒤쪽 벽면인데,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가 장식하고 있다.
메뉴는 아주 심플하다. 계절메뉴인 콩국수를 제외하면, 국수류는 생선국수 단일품목이다.
메뉴와 관련하여 주인장과 말을 섞어 보았더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바지락 국수도 하셨는데, 생선국수에 전념하기 위해 바지락 국수는 접었다고 하신다. 얼핏 듣기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생선국수 육수를 만들기 위한 작업과정을 읽고 나니 바지락 국수를 점은 이유가 이해가 된다.
이윽고 내 앞에 생선국수가 놓였다. 어떤 분이 생선국수거리에서 내는 생선국수 중 칠보국시의 생선국수가 가장 매운 생선국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날만큼 빨간 빛이 감돌지만, 일단 비주얼은 마음에 든다. 맛? 생선비린내에 민감한 내가 그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담백하고 좋다. 다만 국수 면발이 조금 풀어진 느낌이 들기는 하던데, 그것이 음식맛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니 그를 문제삼지는 않기로 한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그리 맵지는 않다. 주인장의 이야기로는 청양고추가루와 베트남산 고추가루를 배합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혹 민물새우의 시원함이 매운 맛을 중화시킨 것인가?
칠보국시에서 생선국수와 함께 내는 음식으로는 도리뱅뱅이와 생선튀김이 있어. 둘다 먹어보고 싶지만, 양 때문에 망설여질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특별메뉴가 있으니 바로 '뱅반튀반'이 그것이다. 뱅반튀반은 도리뱅뱅이와 생선튀김을 반반씩 내는 것인데, 비주얼이 장난 아니다. 빨강, 노랑, 초록... 문득 신호등이 생각났다. 그런데 말이다. 피라미나 빙어같은 작은 생선을 뼈째 씹어먹는 식감이 잘 살아나서인지는 몰라도내 취향에는 도리뱅뱅이가 훨씬 더 잘 맞는다. 생선튀김은 조리방법이 뻔해서 그런지, 그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도리뱅뱅이 강추!!
집사람과 내가 주문한 생선국수와 뱅반튀반을 함께 사진에 담았다. 아, 이 사진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겉절이야. 매운 생선국수에 또 매운 겉절이라... 안 어울리는 조합 같아 보이는데, 주인장의 이야기로는 매운 맛을 배가시키려고 했다나 어쨌대나...
수저는 깔끔하게 종이봉투안에 들어있는데, 위생에도 신경쓰는 느낌을 준다.
칠보국시.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의 조합이 환상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접근성은 확실히 떨어진다. 때문에 단지 이를 맛보려고 청산면을 찾는 것은 솔직히 권하기 어렵다. 그러나 청산향교, 짝짜꿍의 작곡가 정순철 생가터 등과 연계하여 찾는다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측면은 다소나마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