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을 대표하는 곳, 기장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카페가 기장군 장안읍에 있다. 표본 샘플이 너무 적어서 신뢰도가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나와 2박 3일 동안 기장의 이곳저곳을 누빈 내 딸아이 그리고 집사람이 선정한 기장의 베스트 플레이스이기도 한 그곳은 바로 "WAVEON COFFEE"이다.
네이버는 "WAVEON COFFEE"를 '사진놀이 하기 좋은 곳'이라고 규정짓고 있는데, 이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카페 건물 자체가 한국 건축문화 대상 본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뛰어나고, 그에 더해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품고 있어서 아무 곳이나 대고 셔터를 눌러대도 그대로 그림엽서가 만들어지니 말이다.
위치? 부산 쪽에서 출발한다면, "WAVEON COFFEE"는 좀 먼 곳에 있다. 아래 지도를 보면 맨 아래쪽에 해운대가 보이는데, "WAVEON COFFEE"는 해운대에서 해안을 끼고 한참을 달려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내가 직접 차를 몰고 달려본 결과를 갖고 말하면, 해운대에서 천천히 여유 있게 운전했을 때 소요시간은 40분 내외.
유명하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기장에서도 구석(?)에 있는 WAVEON COFFEE를 찾은 이들이 끌고 온 자동차로 주차장은 벌써 만차 일보직전이다. 주차요원의 말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잠시 주춤해 이 정도이며, 그 이전에는 그야말로 몰려드는 차들로 주차자은 미어터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카페 건물. 건축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고 하니 아름다운 것은 틀림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정도의 건물 때문에 그렇게 인간들이 찾아올 정도까지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카페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캐러밴. 앙징맞다.
리츠로 멋들어지게 장식한 벽면 옆으로
2018년 한국 건축문화 대상 본상을 수상했음을 알리는 동판이 붙어 있다.
건축문화 대상을 수상했다는 건물의 모습 전체는 핸드폰으로 담아내기에는 버겁고, 역시 이런 것에서 가져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한편 WAVEON COFFEE의 모습을 담은 가이드북에는 이 카페의 이용에 필요한 각종 정보도 담겨 있는데,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즐기기 위해 이러한 가이드북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좀 낯설기는 하다.
1층의 모습. 가이드북에 대한 반감 때문인가? "솔직히 요즘 괜찮다는 카페들, 다 이 정도는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2-4층까지의 공간도 멋들어지긴 한데, 바다가 보인다는 것 외에는 그리 큰 특장은 발견하지 못한다. 아, 실내에 손님들이 그득해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지도 못했다.
그런데 루프 탑의 이 공간만은 정말 맘에 들었다. 젊은 연인들이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자리인데, 아마도 2월의 바닷바람이 저곳을 비워두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이유에서 이들 공간 또한 텅 비어 있는데, 어디를 차지해도 바다가 내 것이 되어 버릴 것 같은 공간이다.
WAVEON COFFEE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늦은 밤에 또 한 번 이곳에 스며들었는데, 나무 사이로 바라본 바다가 정말 아름다웠다.
1층 외부의 풍광 또한 예술이다. 하얀색에서부터 파란색으로 번져가는 그라데이션을 준 차양과 편한 좌식 의자가 바다와 너무 잘 어울린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경치 좋은 바닷가 카페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과 은은한 태양빛을 받아 빛나는 바다. 힐링으론 그만이다.
사실 이 정도의 바다 경치를 한가로이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WAVEON COFFEE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그렇지만 WAVEON COFFEE의 진짜 매력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봐야 한다. 이곳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그리하여 WAVEON COFFEE의 시그네이쳐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나만의 공간에서 바다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아래 사진 속의 별채이다. 추가요금을 부담하지 않고도 2시간을 저곳에서 보낼 수 있다.
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니 내부 공간이 허접하리란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문에 쓰여 있는 "파도 위에서 편하게 쉬세요"라는 말이 실현되니 말이다.
문을 열어젖힌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모습인데, 고작 몇 천 원짜리 차 한 잔으로 이런 공간을 오로지 할 수 있다는 것... 솔직히 상상조차 못 했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사용할 수도 있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저 바다를 (비록 눈으로이긴 하지만) 온전히 나 혼자 소유할 수도 있다.
위 사진 속의 의자는 비록 작지만 저래 보여도 흔들의자이다. 때문에 이런 사진을 얻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흔들의자에 기대어 창문에 발을 뻗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을 기울이고, 책이라도 읽게 되면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2시간이 오히려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혹시 1시간 여가 지나면서 시장기는 돌고, 그렇다고 이 공간을 나가버리기는 아까우면 어찌 하냐고? 염려할 필요 없다. 이렇게 먹거리도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본채에서 별채로 내려가는 길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별채 앞까지 차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두 번째로 이곳을 찾은 것은 늦은 시간, 가족들과 함께였다. 혼자 왔을 때와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별채를 배정받았는데, 밤의 별채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멋을 풍긴다.
테이블 위에 음료를 올려놓고 한 장. 가족들과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찍고 놀아 보니, 혼자 찾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감을 느끼게 된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1층 옆에는 하룻밤을 유할 수 있는 캐러밴들이 들어서 있다. 그릴도 하고, 술도 곁들이며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사용료는 좀 비쌌던 것 같다.
WAVEON COFFEE는 카페 자체가 로스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WAVEON COFFEE는 "FULL MOON"이란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캔커피를 판매도 하는데, 딸아이 말로는 신촌의 대학가에서도 이것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