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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와 정찬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당진의 "해어름 카페"라면 가능합니다.

by 깨달음의 샘물

충청남도 당진에서부터 서해 바닷물은 육지쪽으로 깊숙하게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이처럼 바닷물이 내륙으로 들와 있다고 하여 이 지역을 우리는 내포(內浦)라고 부른다. 이러한 땅 당진의 바닷가에 서해대교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까페들이 들어서 성업중인데, 그 가운데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오늘 소개하는 "해어름 카페"이다. 해어름 카페, 사실 처음부터 이 곳을 찾으려고 당진행을 결행한 것은 아니었다. 면천의 건곤일초정과 심훈이 상록수를 저술했던 필경사를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얼추 흘러 약간의 시장기가 감돌 무렵, 자연스럽게 이 곳이 떠올랐을 뿐이다. 해서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네비게이션이 아무것도 있을 것같지 않은 갯벌 한가운데로 나를 이끈지 한참이 되어 네비게이션에 대한 의심이 살짝 일어날 때쯤되어서야 비로소 뻘 자체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됐다.

뻘 자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또 한참(?)을 달리니, 주차관리인이 있을 법한 가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처럼 한적하고 외진 곳에 주차관리원이 필요할 만큼의 규모를 갖춘 대형 카페가 있는건가?라는 의심이 풀렸다.

그리고 이처럼 엄청나게 커다랗고 번듯한 주차장이 내눈에 들어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주차공간이 이곳 말고도 하나가 더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차 공간의 로테이션을 위해 주차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밤이 늦어가도(지금 시간 21:20) 차들로 가득 찬 주차장 풍경은 전혀 변함이 없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해어름 카페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외딴 바닷가에 들어서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멋진 곳이길래 이 외딴 곳까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몰려드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 곳에 (루프 탑을 포함해서) 3층짜리 건물이 이렇게 멋들어지게 들어서 있다. 전적으로 내 생각일뿐이지만, 건물의 외관은 얼핏 커다란 군함을 닮은 듯하다.

사람들의 생각이 거기서 거기인 듯, 해어름 카페 건물은 이미 2015년에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카페 건물 주변의 정원과 풍광을 둘러보았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을 만큼 정원은 잘 꾸며져 있다.

입구에서 보았던 건물의 모습과 달리 건물의 반대편(바다쪽)은 널다란 통유리로 마감해 놓았는데, 주변의 바다풍경과 낙조를 실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생각된다. 정원과 건물을 한컷에 담아 본다.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바다쪽에서 해어름카페로 들어오는 길은 이렇게 꾸며져 있는데,

어두워지면 젊은 친구들은 조명이 밝혀진 이 곳에서 사진찍기 놀이에 푹 빠져 있다. 글쎄, 생쑈에 가까운 짓을 너무 오래 해대서 다른 사람들의 촬영 기회를 앗아가지만 않는다면,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근자에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위의 사진에서 보여 준 것과 같이 인공이 가미된 공간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보다는 조금 거칠고, 덜 아름다워도 이렇게 인위가 깃들지 않은 공간이 훨씬 더 망름에 든다. 그것이 허허벌판이라도 말이다.

이번에는 인위와 자연을 조화롭게 한 컷에 담아 보았는데,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시시각각으로 해는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하늘은... 그리고 바다는 점차 황금빛으로, 이어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루프탑으로 올라가 보았는다. 역시 잘 꾸며 놓았는데, 서해대교를 바라보며 바다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자리를 바다쪽으로 배치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커플이라면 나란히 앉아 노닥거리며 시간을 죽이고픈 생각이 절로 들 것같은 자리도 만들어져 있다.

선글라스와 셀카봉을 아무 생각없이 내려놓고 보니, 탁자 색깔과 매치가 잘 되는 느낌이 들어 한장. 그리고 내친 김에 바다까지 넣어 또 한장의 사진을 남긴다.

청개구리 부부야 커피 한 잔을 이곳에서 이렇게 마셔도 좋겠지만, 나야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저녁 나절에 계속해서 바깥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장기도 심해져기 시작해서 자리를 안으로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낙조를 즐기기에는 2층 자리가 나을 것 같아 2층을 오르는데, 입구 앞쪽에 이런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런데 해어름카페에서는 내가 2층에 앉고 싶다고 하여 2층에 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2층 자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그런건지, 아니면 혼자 와서 넓은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1층에서 안내받은 자리에 앉아야만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2층 자리가 배정되었다. 아,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문제는 해어름 까페는 너무도 손님이 많아서 자리에 앉아 한 잔의 차를 즐기려면 웨이팅이 필수라는 것, 그래서 한 테이블이 나면 한 팀이 들어가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아래 사진 한장이 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2층에서 내려다 본 아래층 풍경인데, 역시 빈 테이블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금씩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니, 정원의 나무들에 불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2층에서도 명당 자리에 앉은 커플의 모습인데, 낙조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 못하겠다는 듯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얘들아, 그거 아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낙조, 특히나 창문틀로 조각조각이 난 낙조는 낙조라고 하기엔 좀 부끄럽다는 것을...

해어름 카페가 제공하는 경치는 대충 즐겼으니, 이제 한잔의 술만 남은건가?. 맥주와 젤 잘 어울리는 안주라면, 역시 소시지와 감튀인데 꽤 먹을만하게 서비스 된다. 가성비는 가격을(2019년 기준 17,000원)을 고려하여 각자들 판단해 보기를... 해어름 카페에서 제공하는 파스타가 모두 20,000원 중반대인 것을 보면, 이것의 가격 책정 또한 약간 비싸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 이곳에 관한 리뷰를 남긴 상당수의 블로거들이 이곳을 '해오름카페'로 쓰고 있던데, 그러한 오류를 범하게 만든 원인은 포크와 나이프 밑에 놓여진 냅킨 때문인듯하다.

어둠이 내린 서해대교의 풍경을 뒤로 하고, 해어름 카페를 떠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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