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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Feb 26. 2024

"프라이부르크 대학 학생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관람기

대학생 오케스트라에 대한 시민의 관심 + 공연장 분위기가 넘 부러웠습니다

2016년에 나는 독일 남서부의 대학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 안식년(요즘은 연구년이란 표현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라이부르크 법과대학 건물에서 가까워 자주 들리던 대학 앞의 서점에서 "프라이부르크 대학 학생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는데, 포스터에는 법대와 의대 등등 전공을 달리하는 학생들이 짬짬이 연습하여 이런 공연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공연이 올해로 70회째를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었는데, 70회를 맞이하게 될 정도로 전통이 이어지는 것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되어 온 기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네 대학에서도 상당히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이런 류의 공연이 이어져 오고 있으니, 공연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정작 놀랍고, 아니 놀라움을 넘어서서 부러운 것은 이런 대학생들의 공연에 대해 프라이부르크시민들이 보여주는 관심이었다. 전문연주가들이 아닌, 대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이 밀려든다는 것이다. 우리네 대학생들의 공연이 대부분 학생들만의(범주를 넓혀도 공연을 하는 학생들의 지인들만의) 잔치에 그치는 것과는 사뭇 그 분위기를 달리 한다. 이처럼 기꺼이 입장료를 지불하고(10유로로 기억한다) 입추의 여지없이 공연장을 찾아든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찬 곳에서, 드디어 대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된다. 감동이다. 관객과 연주자가 완전히 함께 어우러진 축제의 현장이다.

아, "프라이부르크 대학 학생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다른 공연과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하나 있다. 평소 음악회에는 공연시간보다 조금은 일찍 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 왔지만, 그렇게 일찍 도착해도 막상 공연시간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물론 팜플렛을 들여다 보기는 하지만 그 시간은 채 5분을 못 넘기기 일쑤였고, 많은 시간을 지리함 속에 보내며 연주회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 "프라이부르크 대학 학생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의 경우는 그와 완전히 달랐다. 축제의 장에 참례하는 시민들을 위하여 식전주로 많이 활용되는 젝트(Sekt) + 오렌지쥬스가 담긴 음료를 판매했고, 심지어 공연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마셔가며 편안하게 공연을 기다릴 수 있게도 해준다. 당연히 음료를 구매했고, 자리에 앉아 그를 마시며 예기치 못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쁨을 한껏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쁨의 현장에 내가 참여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아,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옆에 보이는 음료는 이 사진을 찍고 있는 집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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