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앞 "원더풀 샤브샤브"를 찾으시면 됩니다.
지금이야 외식문화가 잘 발달해서 실로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지만, 내가 자라던 시절만 해도 외식이라고 하면 곧 중국 음식점을 찾는 것을 의미했다. 초중고등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날은 곧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만두를 먹는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중국요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네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그러다 보니 중국요리 중 상당수는 이제 거의 우리나라 요리화되어 어느 중국음식점을 가도 사실상 메뉴가 거의 대동소이해져 버렸다.
그런데 서강대학교 앞, 광성중고등학교 옆 이-솔렌스힐 아파트 상가엔 다른 중국요리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메뉴로 무장한 중국 음식점이 있는데, 오늘 이야기하는 "원더풀(萬德福) 샤브샤브"가 바로 그곳이다.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조하기를...
원더풀(萬德福) '샤브샤브'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일본 냄새가 좀 나지만, 이곳의 실체는 정통 대만식 중국요리를 내는 곳이다. 대만 출신의 화교가 운영을 하는 곳으로, 간판에는 화상(華商)이란 글씨가 또렷하다. 외관이 좀 허름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부 또한 고급스럽다고 말할 수 없기는 하다.
이처럼 원더풀 샤부샤부의 외관과 내장은 그저 그렇다. 그러나 음식 하나만은 충분히 고급진데, (내가 생각하기에) 원더풀 샤브샤브를 대표하는 메뉴인 음식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멘보샤인데, 아주 훌륭하다. 멘보샤는 보기에는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멘보샤를 제대로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용물인 새우는 잘 익히면서, 그를 감싸고 있는 빵이 기름에 흠뻑 젖지는 않게 하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쎄, 내 입맛으로 치면 이연복 세프가 운영한다는 목란의 멘보샤보다 더 맛있다. 내용물 또한 실하고..
그리고 이것은 술안주로 그만인 '오징어입' 튀김인데,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환상의 안주거리이다. 물론 맛도 좋다.
그리고 이것은 저렴하지만 중국 술을 먹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숙주볶음인데, 간도 적당해서 정말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보통 숙주볶음을 주문하면 숨이 완전히 죽은 상태로 서비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숙주볶음은 가열정도가 적당해 숙주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숙주를 콩나물 느낌을 가지고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원더풀 샤브샤브이다.
그리고 이것은 칠리가지인데, '칠리'로 시작하니 당연히 약간 매콤하면서도 달콤하다. 다만 집에서 잘 안 해 먹는 가지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인데, 개인적으로는 칠리새우보다 더 낫더라고.
마지막으로 이것은 정말 끝내 준다. 비주얼은 누가 봐도 짜장면인데, 주인장의 이야기로는 짜장은 안들어갔다고 한다. 엄청나게 잘게 다진 고기에, 마늘쫑이 한껏 들어가 담백한 맛을 내는 이것의 이름은' 마늘쫑면'이다. 글쎄 다른 곳의 마늘쫑면을 먹어보지 못해 비교는 불가하지만, 맛있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혹시라도 이곳을 찾는다면 반드시 먹어 볼 것을 강추한다. 가히 원더풀 샤부샤브의 시그니쳐 메뉴라고 해도 좋을 음식이니 말이다.
점심 때어서 본격적으로 술잔을 기울이기는 뭣해서, 술은 간단히 맥주로. 하얼빈이라는 맥주인데, 맛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아, 그렇지만 나쁘지는 않다.
이것은 단골에만 서비스하는 것이라면서 주인장이 가져다준 것 수란인데, 계란이 담겨있는 물이 달달한 맛을 내어서 디저트 삼아 먹기 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