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 내가 생각하는 유럽의 3대 아울렛
대다수의 남자들은 쇼핑에 그리 많은 관심이 없어서 꼭 필요해서 살 것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백화점 근처는 아예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그러하니 해외여행 중에 쇼핑에 나선다는 것은 남자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깝다. 어쩌면 "이국적 풍경을 눈에 담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낯선 외국에 와서까지 쇼핑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라는 것이 남자들의 공통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자들의 경우는 우리네 남자들하고는 많이 달라서 외국여행을 나서는 것을 '해외원정 구매'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쇼핑이 없는 여행은 여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때문에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에 나선 남자들의 상당수가 쇼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행을 함께 하는 한 여자들의 쇼핑에 따라나서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니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쇼핑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이왕지사 쇼핑을 할 거면 좋은 곳에서(값싸고, 품질 좋고, 다양한 제품을 팔아 대는 곳) 하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집사람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쇼핑길에 접어드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게 유럽을 30년 가까이 들쑤시며 다녀본 결과 유럽의 아울렛 가운데 추천하고 싶은 곳이 생겨났는데, 오늘은 그 가운데 핵심적인 곳 3곳만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첫째, 영국 옥스포드(Oxford) 근처의 '비스터 빌리지(Bicester Villag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살아가던 마을을 아울렛매장으로 바꿔 놓으면서, 영국의 한가한 시골마을이 이렇게 번듯하고 여유로운 아울렛매장이 되어 버렸다. 런던에서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도 양호하다. 더욱이 기차가 바로 마을 중심까지 들어가고, 런던에서 이곳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있고, 그 밖의 각종 쇼핑의 편의성도 웬만큼 갖추어져 있어서 영국을 간다면 들러볼 만하다.
다음으로는 이태리 피렌체(Firenze) 근처의 'The Mall'. 피렌체 근처라고는 하지만 자동차로 족히 한 시간가량은 달려야 도달할 수 있다. 문제는 사실상 중국인이 이곳을 점령하다시피 하여, 어림잡아 쇼핑객의 90%는 중국인이고, 점원의 60% 또한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중국인이 많은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인들 특유의 성조가 밴 커다란 말소리와 아직은 저급한 쇼핑 매너 등등은 적어도 쾌적한 쇼핑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글쎄,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아, 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생각일 뿐이고, 틀림없이 아울렛으로서의 매력은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독일의 메칭엔(Metzingen). 독일의 대표적인 남성복 브랜드인 (물론 지금은 여성복시장에도 진출하고 있기는 하다) "Hugo Boss"의 출발점이 되었던 곳이고, 그래서 보스를 중심으로 초대형 아울렛 매장이 들어선 곳이지. 독일인들은 도시 전체를 아울렛 매장으로 만들어 다른 나라의 그것들과 차별화하는 방법을 택하였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Outlet City Metzingen이다.
2. Outlet City Metzingen
Outlet "City" Metzingen이란 이름이 말해 주듯이, 이곳은 도시 전체를 아울렛매장으로 만든 곳이다. 아래 사진 속에 보여주는 약간의 입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회색 블록들이 한 개의 매장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대형 쇼칭몰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Outlet City Metzingen의 규모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들은, 그저 이곳의 한 구역정도쯤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도시 전체를 아울렛매장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입점 브랜드 또한 다양하며, 그 수는 헤아리는 것이 불가하다. 따라서 입점브랜드를 나열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저 대표적인 것들만 써 놓아도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정도쯤 된다. 아, Outlet City Metzingen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단순히 의류 등 패션 쪽 매장들만 들어서 있지는 않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주방용기, 전자제품, 화장품 등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괜찮다는 브랜드는 모두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도시 전체를 아울렛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Outlet City Metzingen을 걷다가 마주치게 되는 이정표들은 주로 인근의 도시들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 준다. 근처의 도시 중 가장 큰 도시는 가장 벤츠(Benz) 공장이 들어서 있는 슈투트가르트(Sttutgart)인데, 이곳에서의 거리는 약 40km. 재미있는 것은 보스가 갖는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보스는 거리의 이정표에도 따로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Outlet City Metzingen의 시발점이 되었던 Boss는 이곳에 여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데, 보스의 메인 매장은 역시 이곳이다. 전면과 후면의 모습이다.
Boss의 메인 매장인 이곳은 청바지만 해도 2개 층에 걸쳐 팔아대고 있는데, 한 개 층의 매장면적 또한 상당히 넓다. 이래 사진은 문자 그대로 Special Offer 매대인데, 글쎄 전체 청바지 매장의 10분의 1이나 될까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Special Offer라고 쓰여있는 매대에서 판매하는 청바지도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싸다. 그래서 난 메칭엔에 와서도 저곳에서 물건을 사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실제로 보스 제품을 구입하는 곳은 보스의 아울렛 매장 뒤편에 숨어 있는 "Hugo Boss Factory Outlet"이다. 이곳은 아울렛 매장에서 다시 넘어온 물건을 말 그대로 공장도 가격으로 파는 곳인데, 그야말로 파격적인 가격에 보스를 만날 수 있다. 아, 운이 좋은 날에는 이곳에서 보물을 만날 수도 있는데, 바로 균일가 상품들이다.
위에서 말한 보스의 팩토리 아울렛 매장의 모습이다.
3. 마지막 잔소리
Outlet City Metzingen은 실로 점차 위력을 더해 가고 있다. 솔직히 내가 처음 이곳을 찾았던 2011년 까지만 해도 독일사람들조차도 이곳의 존재를 잘 몰랐다. 그런데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한 해가 다르게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매장규모나 시설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처음 보는 에스컬레이터가 생겨나고, 도로확장 공사도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지금도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주차빌딩을 짓고 있다. 1박 2일 형태의 쇼핑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호텔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하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장면과 마주치게 되는데,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매장 오픈 전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생겨나기도 한다. 특히 주말에 이곳을 찾게 되면 이런 모습과 왕왕 마주치게 되는데, 나로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일단 Outlet City Metzingen을 찾는다면 적어도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보내게 되기 쉽고, 그에 따라 식사를 해결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고급브랜드가 즐비한 매장 주변에 그와 어울리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데, 양이나 질에 비해 가격이 상당한 높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형편없는데, 2023년에 조금은 허름하지만 나무랄 데 없는 식사장소를 찾았다. 바로 초밥 맛집 미치오(MICHIO)인데, 외관은 초밥집 느낌은 안 든다.
모듬초밥,
아보카도 롤,
동남아식 볶음밥까지... 다 먹을만하다. 가격 또한 좋고.
정신없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난 Outlet City Metzingen을 또 찾았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둘러볼 시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꼭 필요한 아이템만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