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북초 4학년 5반

줌 수업과 아이들

by 김건우

나는 발령 희망 지역으로 본가였던 수원을 써냈다. 하지만 수원은 신규 교사들이 쉽게 발령받을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누구나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으로 관외 지역에서 2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 이동점수라는 걸 이용해 들어오는 방식이다. 즉, 수원을 써서 낸 건 그저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더구나 나는 '3월 발령 예정자'였다. 보통 경기도 임용은 적체가 심해 임용을 합격해도 대기하는 기간이 있다. 1년까지 발령 대기를 하기도 한다. 그 시간 동안 못 가본 해외 여행을 가거나 기간제 교사로 교직 경력을 쌓기도 한다. 그런데 내겐 대기고 뭐고 없었다. 임용 최종 합격 후 며칠 만에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송북초등학교 교감입니다. 발령을 축하드립니다. 신규 교사 연수와 업무 안내를 위해 2월 15일 오전 10시까지 교무실로 출근 바랍니다.“

"뭐? 발령? 진짜?"


믿기지 않았다. 합격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끌려가는 건 무슨 시추에이션일까. 나는 교감 선생님의 문자를 보고 바로 네이버 지도를 켰다.


‘송북초등학교는 평택시에 있구나.’

평택이라고 하면 미군기지 말곤 아는 게 없었는데, 거기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고? 집에서 학교까지, 출근길 교통편을 검색해보았다. 수원역에서 진위역까지 전철을 타고, 거기서 2-2번 버스를 타면 학교 앞까지 갈 수 있었다. 편도로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드디어 시작되는 내 교직 생활. 그것도 생전 처음 가보는 평택이라는 곳에서.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아주 조금의 설렘이 뒤섞여 있었다.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으로 내딛는 첫걸음이었다.


떨리는 첫 출근. 송북초등학교는 35학급이 넘는 대규모 학교였다. 인구절벽으로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학급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년당 여섯 반씩 있는 송북초는 규모가 있는 편이었다. 나와 같이 신규로 발령받은 선생님들이 무려 여섯 명이나 되었는데, 이는 평택이라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비선호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신규 교사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교사들이 중도에 전출을 많이 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학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년과 업무를 배정받는 일이었다. 신규 교사들은 대개 마지막에 남은 학년과 업무를 맡게 되는데, 그건 곧 비선호 학년과 기피 업무를 의미했다. 초등교사들 사이에서 기피되는 학년은 보통 1학년과 6학년이다. 1학년은 유치원생에 가까워서 손이 많이 간다. 반면 6학년은 사춘기의 시작점에 놓인 아이들이다. 말은 통하지만, 각종 사건사고의 빈도도 높다.

그래도 젊은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6학년이 1학년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일단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하고, 학생들과 라포를 잘 형성한다면 어렵지 않게 학급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1학년의 장점이라면, 수업이 일찍 끝나는 덕분에 오후 시간에 다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 정도이다. 1학년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잘 앉아있지도 못하고, 소통도 어렵다. 가끔 대소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신규 교사 여섯 명은 생일이 빠른 순으로 업무를 선택했다. 나는 네 번째였다. 남은 업무는 총 세 자리였다. 그중 두 자리는 1학년 담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4학년 담임이었다. 보통 3-4학년은 ‘황금학년’으로 불린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잘 따르고, 생활 및 학습 습관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이렇게 얘기한다. 1-2학년은 ‘부모님이 최고’, 3-4학년은 ‘선생님이 최고’, 5-6학년은 ‘친구가 최고’.


그런데 4학년이 남아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문제는 붙어 있는 업무였다. 그 업무의 이름은 '학교폭력 담당'. 줄여서 ‘학폭’이라 불리는 이 업무는 말 그대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1순위 업무였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담임교사와 학폭 담당교사는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에 따라 조사부터 서류 작성, 학부모 대응까지 행정 절차를 처리해야 한다. 특히 신고가 들어오면, 가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데, 이때 격한 감정 반응을 보이는 보호자들이 많다. 직접 학교에 찾아와 교사를 질책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일이 종종 생긴다.

지금 돌이켜보면 신규 교사에게 학교폭력 업무를 맡긴다는 건 꽤 가혹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학폭? 뭐, 별일 있겠어?" 하는 순진한 생각에 4학년 담임을 선택했고, 그렇게 나는 2021년 3월 1일자로 평택 송북초등학교 4학년 5반 담임으로 교직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해에도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1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교내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고, 결국 학사 운영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온라인 수업은 줌(Zoom)을 활용해 진행했다. 내가 개설한 줌 수업에 아이들이 각자의 집에서 접속해 들어오는 식이었다.

비대면 수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화면 너머의 아이들이 제대로 수업을 듣고 있는지, 아니면 멍하니 딴짓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 집중을 유도할 수단도 마땅치 않았다. 음소거 기능으로 수업 분위기를 통제할 순 있었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반응을 체감하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소모임 기능을 활용해 조별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발표 중심의 수업을 구성하면서 나름의 변화를 줘봤다. 수업을 단순히 ‘듣는 시간’이 아니라 ‘말하고 보여주는 시간’으로 만들려 애썼다. 그렇게 하면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수업보다 아이들의 참여도가 조금이나마 나아졌기 때문이다.

비대면 수업이 길어졌다. 솔직히 몸은 편했다. 학생 대부분이 집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기에,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급식을 신청한 몇 명뿐이었다. 점심시간이면 그 아이들과 단출하게 식사를 하고 교실에서 조용히 오후 업무를 정리하곤 했다.


초등교사의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 8시간이다. 점심시간 역시 아이들과 함께 급식을 지도하며 보내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 포함된다. 교사에게도 ‘연가’라는 휴가 제도가 주어지지만, 신규 교사는 3월 한 달을 성실히 근무해야 4월부터 하루씩 연가일수가 추가된다.

하지만 담임 교사나 과목 전담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상, 하루 전체 연가를 온전히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연가를 쓰면 누군가가 반드시 보결 수업을 해야 하므로, 대개 연가는 ‘조퇴’ 형태로 나눠 쓰는 경우가 많다. 연가 1일이 8시간이므로, 2시간 조퇴를 4번 사용하면 연가 하루를 소진하게 된다.

4월이 되었고, 나에게도 드디어 연가가 생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조퇴를 신청했다. 조퇴 신청은 나이스 시스템에 접속해 상신하는 방식인데, 이때 ‘사유’를 적는 칸이 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이렇게 썼다.

'집에 가서 좀 쉬고자 합니다.'

문제를 인지한 건 그로부터 1분 뒤였다. 교무실에서 전화가 바로 걸려왔다. 교감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조퇴 사유는 개인 용무로 다시 수정해서 올려주세요~”

내 생애 첫 조퇴 신청은 그렇게 반려당했다. 당시 우리 학교의 교감 선생님은 K 선생님이셨다. 교직에 발을 들이고 난 뒤 지금껏 여러 교감 선생님을 만나뵈었지만, K 선생님만큼 진심 어린 공감과 품격을 갖춘 분은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조용한 어조로, 하지만 분명한 태도로 젊은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다.

많은 학교에서 관리자(교장, 교감)와 교사 간의 미묘한 긴장이 존재한다. 특히 민원이 걸린 사안이 발생했을 때, 관리자가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할 때 갈등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K 교감 선생님은 달랐다. 그는 분명한 원칙 속에서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학교 안의 균형을 잡아주는 분이셨다. 문제 상황 속에서 상황을 정리하며 뒤에서 교사들의 등을 받쳐주는 모습이 든든했다.

그런 선배를 가까이서 본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보고 배운 대로 닮아가게 되는 법이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런 교사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고 유능한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 그건 교사로서 더없는 보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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