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내 안의 목소리
☔️ 오늘의 필사
이성복 시인의 「음악」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비 오는 날이 좋다.
음악도 좋다.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즐긴다.
비 오는 날, 음악과 함께했던 기억이 아득하다.
창밖으로 흐르는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있던 순간,
그게 언제였을까.
언제부턴가 그런 여유를 잃어버렸다.
비 오는 날, 뜨락에 놓인 초록 화초들을 바라볼 때 좋다.
빨리 봄이 왔으면.
매일 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아침 루틴을 마치고 매장으로 향한다.
오후엔 조금이라도 쉬어보려 침대에 눕지만,
몸을 눕힐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다.
탄천이라도 걸어야지.
늘 다짐하지만, 또 하루가 흘러간다.
뇌를 쉬고 싶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좀 더 갖고 싶다.
가끔, 혼자 드라이브를 떠난다.
음악을 들으며 달리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조용히 앞만 보며 생각을 정리한다.
차 안에서 혼잣말을 하는 것도 즐겁다.
요즘은 말만 하면 글로 남길 수도 있으니,
메모 앱을 열어 혼자 이야기도 하고 추억도 끄집어내어 본다.
그렇게 떠오른 장면과 단어들은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 둔다.
비 오는 날의 음악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생각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도록.
나를 위한 시간을 좀 더 만들고 싶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순간들을.
비 오는 차 안, 음악과 함께 달리는 이 시간이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던 그 순간을 떠올릴까?
늘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는 나,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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