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법
오늘의 필사
"헨리크 입센 희곡, <인형의 집>
당신과 아버지는 내게 큰 잘못을 했죠, 당신들은 내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에 관해 책임이 있어요."
착한 사람, 좋은 사람.
나는 늘 그런 사람이길 기대받으며 살아왔고, 그러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모습은 '나'가 아닌, 누군가의 소유물처럼 살아온건 아닐까?
누군가를 탓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너 때문이야, 당신 때문이야. 너 아니었으면 내가 좀 더 행복했을 텐데…”
그런 원망을 안고 살아온 건 아닌지 돌아본다.
늘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살아오려 애썼던 나는 누구였을까?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눌러둔 진짜 나의 마음.
이제는 그 마음에 정직하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일까? 혹시 착한 사람인 척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오래전 『논어』를 필사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오늘 문득 다시 펼쳐보니 또다시 필사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책더미 속에 묻혀 있던 논어 한 권, 공자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소인은 담장을 넘는 도둑과 같다.”
겉은 사나워 보여도 내면은 유약한 사람. 어쩌면 나도 그랬다.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 삶의 이유를 남에게 돌리며,
그러면서도 기도에서는 내 탓이라며 가슴을 쳤다.
오늘 필사한 『인형의 집』 속 노라의 대사는 내 마음을 깊게 울림을 준다.
"당신들과 아버지는 내가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어요."
억압되었던 삶을 되찾는 사람의 통쾌함이 느껴졌다.
예전에 큰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는 남한테 너무 잘 보이려는 것 같아. 엄마는 남들에게 정말 좋은 사람인 거야.”
결국 그 말은 남을 너무 의식하며 살고 있다는 말인 거다.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좋은 엄마, 좋은 이웃, 좋은 사람’의 가면을 쓰고
진짜 내 마음은 눌러둔 채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시간이 가짜였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 삶의 방식이었고, 내 나름의 사랑이었다고 말할수있다.
진짜 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요즘 나는 너무 바쁘다. 바빠도 많이 바쁘다.
읽어야 할 책들이 나를 재촉하고, 글도 써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매장 일도 해야 한다.
쫓기듯 살아가는 듯하지만,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건 맞다.
과거에는 장사만 하며 집과 가게를 오가는 사이클 안에서 영혼 없이 살아왔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간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고, 그 방향을 향해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욕망일까? 욕구일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 순간을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가장 강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