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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시간

산책길 나무를 생각하다

by 메리골드

내가 아는 지인은 밤낮 나무를 깎아 살림 도구와 가구를 만든다. 그는 가끔 워크숍을 통해 나무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나무에 관한 생각을 나눈다. 그가 만들어준 가구인 그 나무를 책장인 다리 받침대인 그 나무를 가만히 앉아 나무를 쓰다 다듬다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길 기회를 얻는다.


내가 아는 그 지인은 나무를 상당히 잘 다룬다. 그는 매일 대패질과 망치질, 톱질, 사포, 드릴 작업으로 손이 성할 날이 없다.


전생에 목수였나?그는 늘 나무 생각뿐. 오직 나무만 보면 나무가 어쩌느니

하며 너스레를 떤다. 그 나무들이 이제 우리집 거실, 주방, 베란다에 누워 마치 내가 객이고 자신이 주인인 양 아주 댓자로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다.


그 나무로 난 다육이 받침대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새내기 작업자 시절 나에게 나무는 단지 작업소재.

지금 그 나무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땅에 뿌리박고 긴 시간을 살아온 나무 한해살이. 봄에 새싹을 틔우고

가을 겨울 초록 바람 버틴.

봄, 여름 성장을 견딘.

태어나

세상을 겪어 옹이가 된 나무.


기록하고 새기는 나무.

숲이 되고 시가 되고 새가 된 나무.

나무는 우리의 봄

생명의 징후

늦여름 산책길

늘 보던 나무에 상처가

보이지 않던 옹이가

잦은 생채기가

곰보보다 못한 주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처럼 저 나무의 모습 보니

깊은 생각이 바람 없는 그 길에 가득하더라


문득 걷다 보니

내가 너무 멀리 걸어왔음을

나도 몰래 걸음을 멈추었다


그 길 위에 서서

빌어본다

봄이 와

새순이 피고 꽃이 피길


내년엔 꼭 좋은 소식 그

자리에 있길.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그 길 위에 서 이야기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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