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지인과 나는 작당모의를 했다. 그녀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불러들이자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사는 곳이 같았던 것이다.
며칠 후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시원하게 그러마고 대답했다. 우리는 사악한 악당들처럼 메시지로 웃는 소리를 남발해 대며 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셋이 함께 모이는 일은 없었다.
갑작스러운 그녀 남편의 지방 발령 때문이었다.
"언니, 저 남편 따라 지방에 내려가게 됐어요."
"결혼하자마자? 어디로 가는데?"
그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역명을 대었다. 나는 정확한 지명을 몇 번 되물어 본 후, 한마디를 더 덧붙일 수밖에 없었다.
"XX가 어디에 있는 데야?"
저 멀리, 아주 멀리.
서울에서 KTX를 타도 한참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도시, 그곳에서도 교외지역이라 불릴만한 곳이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기도 했거니와 들어본 적 없는 지역명 때문인지 잠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뒤에 곧바로 든 생각은.
‘얘, 어떡하지?’
평생을 수도권에서만 살아온 그녀다. 자연스럽게 가족, 친척, 친구 대부분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외의 인맥은 모두 해외에 있을 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지역에서 단 둘이 살 수 있을까? 많이 외로울 텐데.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난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완벽히 이해받을 수 없기에 평생을 외로움과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옆에 누군가가 늘 있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는 거였으면 우울증 환자와 철학자는 기혼자 중에 없을 거다. 소크라테스도 결혼했다. 악처와 함께 살아서인지 훌륭한 철학자가 되었고.
물론 죽이 잘 맞는 사람과 평생 함께라면 외로움을 느끼는 빈도도 시간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 깊이까지 얕아질까? 본질에 대한 몰이해가 만드는 간극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고 본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그러니 아무 연고 없는 지역에 신혼살림을 차리게 되었다는 말에 그녀가 걱정될 수밖에.
남편이야 직장생활을 할 테니 자연히 동료들과 소통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프리랜서인 그녀는 본래도 재택근무 위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일이 적다는 말이다. 당연히 지역에서 인맥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 리 없었다.
물론 사교성 좋은 그녀이니 마음만 먹으면 금세 새로운 지역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겠지만, 괜스레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저 지금 KTX 탔어요."
"왜? 미리 내려가 보는 거야?"
"집 알아보려고요."
"아, 그렇구나. 여기저기 알아보려면 바쁘겠네."
"집 결정했어요. 다 끝내고 서울 올라가는 길이에요."
"벌써?"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였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것마냥 순식간에 살 집을 정했다는 소리였다.
들어보니 집은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미리 알아보았고, 개중 가장 마음에 들던 곳을 포함해 두어 군데 둘러보고 바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역시 추진력이 남달랐다.
"이제 혼수 알아봐야 해요."
집 계약 등 몇 가지 사항이 걸림돌이 되어 살림은 조금 나중에 합치고 잠시동안 각자 원래 살던 집에서 살 예정이었건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전근 탓에 그녀는 급히 신혼살림을 꾸려야 했다. 그 바람에 다소 순서가 뒤바뀌어 결혼식 이후에 살 집과 혼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배송받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잔뜩 생긴 채로.
"어휴, 전근 날짜까지 얼마 안 남아서 지금 너무 바빠요. 할 것도 너무 많고."
그녀야 나중에 내려와도 되지만, 남편은 전근날부터 새로운 집에서 생활을 해야 하다 보니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어야 했다. 촉박한 일자 내에 급히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이 그녀의 걱정거리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몸뚱이 멀쩡하게 지방에 내려가면 된다는 생각뿐인 것 같아 보였다. 서울에서 출퇴근만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항은 그녀가 결정해야 했다. 프리랜서라서 시간을 내기가 수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녀는 기한 내에 모든 것이 구비된 집에서 남편이 살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현재는 그녀도 같은 집에서 그와 함께 살고 있다.
솔직히 나는 그녀의 남편이 정치적인 상황의 여파를 맞아 갑작스레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그는 공무원이며 맡은 업무의 일부가 당시의 정권과 다소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전근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내가 그녀의 신혼일기를 쓰기로 결정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