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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한가운데, 사라진 남편

주말 텃밭에서 벌어진 평행우주 이야기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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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
주말, 비료를 뿌리고 땅을 갈고,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는 일.
늘 시작이 제일 힘들다.


그날, 남편은 커다란 삽을 들고 묵묵히 땅을 갈았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 쟁기’ 같았다.


그에 반해 나는

움막에 앉아 커피와 빵을 먹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베짱이처럼 놀고 있었다.


남편은 몇 번이나 힐끔거렸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노닥거리기에 바빴고,
두둑 만드는 일은 아직 한참 남아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놀다 고개를 돌렸는데

쟁기질 소리도 들리지 않고, 주변이 조용했다.


그리고 밭 한가운데, 삽과 장갑만이... 땅을 파고 있었다.


남편은 어디로 간 걸까?
혹시 평행우주 다른 공간에서 소처럼 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상상은 점점 깊어지고,
나는 그제야 살짝 반성을 했다.


“그만놀고 두둑 하나 만들어 놓을께. 비닐도 씌우고… 그러니까,

제발 돌아와. 어디 간 거야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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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년부부 수다 그림일기 - 2부》는 예전에 써둔 인스타툰 이야기들을 모은 거라 날짜가 맞지 않거나 조금 지난 일상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도 그때의 웃음과 대화는 여전히 유효하니, 편하게 읽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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