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요가복을 입은 날엔

운동을 가로지르는 일상의 작은 패턴에 대하여

by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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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로 6개월을 고생하고 다시 요가원에 갔다.


네발 기기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려 역V자를 만드는 요가의 기본 동작, 다운독.

6개월 전에는 무리 없이 하던 동작인데, 지금은 꺾인 ㄱ자 모양으로 기어다니기만 했다.


수업을 겨우 마쳤을 때 강사님이 말했다.

햄스트링이 짧아져 고관절이 움직이지 않고, 그러면 허리 통증도 계속될 수 있다고.

햄스트링이 더 짧아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다음 날, 과감하게 요가 10개월을 결제했다.

새해니까.


기쁜 마음으로 요가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요가복으로 갈아입은 나를 슬쩍 보더니 다가와 말했다.


“치킨 시켜먹자. 혼자 먹으면 맛이 없잖아~”


입으로는 운동 간다고 말했지만 치킨은 이미 배달돼 있었고,

손에는 치킨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 마리를 다 비운 뒤, 아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치킨은 햄스트링도 늘린다는 말이 있어. 운동은… 내일부터!”


남편을 보는데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남편은..

내가 요가복을 입고 있을 때만 꼭 치킨 이야기를 꺼낸다.


그날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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