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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Sep 20. 2024

파랑하지 않을 주문


안타깝지만 당신의 주문은 반려되었어요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기다렸을 뿐입니다


  신새벽

  명치를 뜯어내다 잠든 밤이 찢어지고

  핏물 빠진 손톱 밑 새살이 돋는

  파랑의 새벽을


  마주치지 아니하여

  침잠하고 침잠하여

  파란빛이 어둑하여

  다시 깨어나지도 이별하지도 않는

  끝의 시작을, 시작의 끝을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바람이에요

  천천히 들어봐요

  나의 파랑만

  나의 파랑만 거두어주어요


미안합니다

다시 또 깨어나 다시 또 해야만 하는 이별을

감당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런 결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우리는 당신의 주문을 반려합니다

밤을 찢고 깨어나십시오

핏물 찬 손톱으로 부여잡고 뜯어내십시오

처음처럼 다시 또 파랑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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