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4) 롤링

by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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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대회 D-54


오늘은 '롤링'을 신경쓰며 달렸다.

롤링이란 땅을 디딘 발이 엉덩이 쪽으로 올라간 뒤 몸 앞으로 나와 다시 땅으로 내려오는 동작의 반복이다. 즉, 발이 땅을 밟은 다음 계속 원을 그리며 달리는 것을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땐 땅을 쿵쿵 밟아가며 뛰었다. 몸무게의 몇 배를 실어 쿵쾅거리기만 했으니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은 없고 무릎만 아작나는 기분이었다.


달리기 자세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땅을 밟지 말고 뒤로 밀어내는 느낌으로 달려야 한다는 걸 알았다. 오후에 영상을 보았는데 당장 그대로 뛰어보고 싶어 몸이 얼마나 꿈틀거렸는지. 다음날 새벽 달릴 때까지 천년은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양발을 수직으로 쿵쿵거리지 않고 땅을 뒤로 밀어낸다 생각하고 달리니 확실히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했다. 오, 내가 앞으로 나가고 있어!


그리고 어제 롤링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지면에 발이 오래 닿아있으면 안 된다는 것, 발이 땅을 디딘 다음 뒤로 흐르지 않고 엉덩이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 다음 착지를 위해 다리를 앞으로 길게 뻗지 말고 몸통 앞에서 무릎을 굽혀 발 전체로 땅을 디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몸이 간질거렸다. 아, 달리고 싶어!


이 좋은 걸 나만 알 수가 없어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동영상 두 개를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똘라뷔와 만두가 함께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사람들이 왜 자꾸 꽃사진이랑 기도문을 올리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오늘 새벽, 빨리 롤링을 해보고 싶어 기쁘게 밖으로 나갔다.

아, 이거구나! 이거였어! 발로 이렇게 원을 그리니까 리듬이 사네, 살아. 보폭도 적당하고, 앞으로 쑥쑥 나가고, 탄력이 촥, 촥 붙잖아? 이렇게라면 오늘 당장 10km도 뛸 수 있겠어!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었다. 나의 달리기는 롤링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니!

아주 신나게 뛰었다. 당장 누구에게 보여줘도 쑥쓰럽지 않을 롤링!


하지만 두둥,

미용실 전면 창에 비친 나의 발은 땅바닥에 붙은 고무줄 놀이를 하듯 고만고만 사뿐사뿐이었으니...

아니, 이상하다. 나 막 둥그랗게 원 그리고 있었는데 분명. 나 막 롤링하면서 탄력있게 달리고 있었는데 이거 왜 이래?


하지만 오늘의 달리기는 분명 전과 달랐다. 리듬감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글을 쓰고, 토론을 하고, 예술을 접하고, 몸으로 행하는 공부에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고. 좋은 것, 옳은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을 실천하며 살고 싶어지니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도 자꾸 신경쓰게 되니까. 그러다보면 좋은 쪽, 옳은 쪽으로 걸어가게 되고, 이윽고 그것이 '나의 길'이 될 테니까.

오늘의 달리기 상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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