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ppysmilewriter Jun 19. 2024

보이스 18

영철이 이야기



13살 때 집을 나갔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이후로 영철이는 성격이 많이 변했다.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이었던 영철이는 원래 말이 별로 없었던 아빠 춘재보다 더 말이 없어졌고 무뚝뚝해졌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밝고 엄마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아들이었는데 가출할 즈음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보미는 중학교에 입학해서 적응하기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학교에 관해 물어도 모두 좋다는 말만 짧게 하고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했다. 그랬던 영철이 가출을 했고, 보미는 뭔가 아들에게 힘든 일이 벌어졌는데 몰라줬다고 본인 탓을 했다. 가출한 지 약 한 달 후 돌아온 영철은 예전의 명랑하고 엄마바라기였던 그 영철이 아니었다. 귀찮은 존재 보듯 엄마인 보미를 쳐다본다.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던 보미는 영철이 걱정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춘재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매일 일이 벌어지면 집을 뛰쳐나갔다. 잠시라도 이웃집에 있다가 가보면 춘재는 자고 있었다. 보미가 집에 들어가 춘재가 자는 걸 보고 영철이 방으로 가서 문을 열면 잠을 안 자고 있던 영철이는 흘깃 쳐다만 보고 이불을 얼굴로 뒤집어썼다.
그러기를 2년을 하니 보미는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았고, 이렇게 살아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보미는 이혼을 요구했다. 순순히 이혼 도장을 찍는 춘재도 놀라웠지만, 엄마가 아닌 아빠가 살면 안 되냐고 당당히 말하는 영철이 때문에 가슴이 쓰라렸다. 아들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나중에 본인이 돈을 좀 모은 후 안정적인 집에 생기면 준재에게 영철을 본인이 키우겠다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영철이 이야기>
영철은 아빠의 변화가 본인 때문인 것 같다. 매일매일 양심에 찔리고 마음이 아팠다. 폭력적으로 변한 아빠의 모습도 낯설고 아빠에게 무조건 맞기만 하는 엄마의 모습도 낯설다.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고 했다. 아빠가 나랑 같이 지내겠냐고 묻는데 영철이는 알았다고 했다. 엄마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엄마가 나와 아빠에게 있었던 사실을 모르는 게 나을 것 같다. 내내 마음에 찔렸는데 엄마가 집에 없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집안에 생긴 모든 변화가 본인 때문에 생긴 것 같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 분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두렵고 무서웠다. 그들이 언제 다시 찾아와 나와 아빠를 괴롭힐지 모르겠다.
영철은 본인이 13살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13살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는 체력이 좋고 힘이 세서 반에서 짱이 되었다. 반 친구들이 그 아이 눈치를 보고 그 아이의 심부름을 하거나 숙제를 대신해주었다. 어느 순간 학교 짱이 되어 있었다. 분명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선배들이 그 아이를 두려워하고 피해 갔다. 소문에 대구 내의 깡패 두목이 뒤에 있어서 이 아이를 건드리면 납치되어 목숨이 아작 날 수도 있다고 들었다. 심지어 그 아이는 선배, 동기, 초등학생 후배들에게도 여러 가지 물건, 돈을 뺏기 시작했다. 영철이도 피해자였다. 중학교 1학년 처음 들어갔을 때 해맑게 지냈었는데 어느 순간 그 아이의 밥이 되어 있었다. 그 아이의 심부름, 뭔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영철이는 마음이 무너져 갔다. 집에 가서는 예전처럼 똑같이 지내려고 애썼으나 학교에 가면 매일 맞거나 심부름해야 했다. 엄마에게는 학교 마치고 학원 학원이나 스터디카페에 가는 것처럼 말했으나, 영철은 그 아이뿐 아니라 동네 깡패들의 심부름꾼이었다. 4월 중순이 될 무렵 그날도 영철이는 동네 깡패들의 심부름을 했다. 그중 한 명이 영철이를 보고 다가왔다.
"이 새끼 우리에게 충성을 다하는데, 상 하나 줄까? 우리 아끼던 거 있지? 00아 그거 들고 와."
영철은 상이고 뭐고 빨리 이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인데 반항할 순 없다. 가만히 서있었다. 누가 주사기를 갖고 와서 영철에게 놓아준 것까지 기억하고 그 이후 영철은 기절했었다. 온몸이 부어오르고 칼에 찔리는 듯 아팠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헉헉거렸다.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운데, 머릿속에 어떤 영상이 흘러갔다. 내가 자살하고 맞고 차 등에 치이는 듯한 영상이 흘러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주사를 준 깡패나 같이 있던 모든 이들이 낄낄거린다.
"이야 이거 성능 좋네. 재밌네. 재밌어. 완전 코미딘데?"
"이 새끼 어떡할까?"
"그냥 창고에 집어넣어. 꼴 보기 싫어."
"00 술집 가서 술 한잔 때릴까?"
"좋지. 가자. “
영철은 어떤 영상들이 흘러가고 비명을 지르다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본인도 모르게 기절했다.
영철은 추위에 놀라 일어나 보니까 주위에 아무도 없다. 본인이 아까 어떤 주사를 맞은 건 기억나는데, 이 창고로 들어온 기억은 없다. 본인이 쓰러져있던 바닥 주변을 살폈다. 오래된 책상과 의자가 쌓여있는 바닥에 본인의 휴대폰전화가 있다. 주워서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2시이다.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을 가도 12시면 돌아가곤 했었던 영철은 걱정할 엄마가 생각나 급하게 집에 갔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졌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영철은 엄마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엄마 너무 걱정했잖아."
"오랜만에 공부하니까 공부가 너무 재밌어. 엄마, 나 공부 계속해야 할까 봐. 나 공부에 재능 있나?"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래도 부족한 기초부터 단단히 하다 보면 잘 될 거야. 열심히 해봐. 분명 성적 오르겠지. 우리 아들 파이팅!"
"당연하지, 엄마 아들 몰라? “

이전 17화 보이스 17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