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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야기

같은 방향, 다른 결과 [오징어 게임 : 시즌 3]와 [F-1]

by 따따시



최근 내가 본 두 작품. 하나는 전 세계를 흔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 또 하나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F1 더 무비]. 장르도 다르고, 톤도 다르지만, 이 두 콘텐츠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가치를 좇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두 작품 모두 '승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주인공의 태도는 극명하게 다르다.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은 타인의 생존과 공동체를 염두에 둔 소극적인 플레이어다. 반면 F1 더 무비의 소니는 철저하게 자기 실현과 목표 달성을 향해 달려가는 능동적인 플레이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모두 '상금'에는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 건 승부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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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 자본주의에 굴복한 낭만의 말로


오징어 게임 시즌 3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황동혁 감독의 인터뷰였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들었다."

솔직한 답변이지만, 창작자에게 기대되는 대답은 아니었다. 마치 면접에서 “그냥 돈 벌려고 지원했어요”라고 말하는 지원자를 보는 기분이랄까. 물론 창작도 생계가 걸린 일이지만, 대중은 최소한 이야기를 계속할 이유가 '돈' 말고도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이야기는 산만하고, 캐릭터의 감정선은 설득력이 약하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왜 여기에 있어야 했는지는 끝까지 불분명하다. VIP, 프론트맨, 강노을, 준호... 각자의 서사가 단절되고, 극은 반복적으로 끊긴다. 시즌 1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주제의식은 흐릿해지고, 대신 ‘콘텐츠로 시간 때우기’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결국, 자본주의를 비판하던 이야기가 자본주의의 산물처럼 보이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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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 – 낭만은 쓸모없지만, 그래서 가치 있다


반대로 F1 더 무비는 훨씬 익숙하고 뻔한 스토리 구조를 가진다. 은퇴한 레이서가 복귀해 다시 한번 트랙 위에 서는 이야기. 놀랍게도,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는 빛난다. 낭만은 현실적인 목적보다 비효율적이고,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택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힘이 생긴다.

주인공 소니는 돈이 아닌 '도전의 과정', 그리고 ‘동료의 성공’에 진심이다. 그는 자신의 우승보다 팀의 우승, 후배의 성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 영웅적인 이타성이 어쩌면 현실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영화는 바로 그런 ‘비현실적인 감정’을 통해 희망을 남긴다.

감독과 제작진 역시 F1이라는 세계를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속도감, 긴장감, 팀워크—그 모든 것을 세련되게 담아낸다. 클리셰로 시작했지만, 낭만이라는 무기로 완성해냈다.



결론 –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가?

우리는 이야기 속 세계를 구경만 할 때도 있고, 들어가 보고 싶을 때도 있다.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 안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 고통과 절망, 타인의 파멸을 통해 승부하는 세계. 거긴 ‘내가 되고 싶은 나’가 없다. 반면 F1 더 무비는 비현실적이지만, 희망이 있다. ‘저런 팀의 일원이면 좋겠다’, ‘저런 사람 되고 싶다’는 감정이 남는다.


이야기란 결국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세계를 담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반복해서 찾는 콘텐츠는 어쩌면
"그 안에서 살아보고 싶은 나의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쿠키 : 작가의 말


이번 글은 평소보다 좀 짧게 정리했습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쓰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이 많아져서, 결국 뼈대만 남긴 셈이네요.


저는 영상 콘텐츠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님의 인터뷰 중 “돈을 벌기 위함”이라는 말

그리고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서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런 말은 누구나 속으로는 할 수 있지만, 직접 꺼내는 순간 무게가 달라지잖아요.

그게 오히려 작품에도 영향을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 여기서 멈추면 좀 아쉽기도 해서…

혹시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7월 14일 오전**에 제가 원래 쓰던 **풀버전 원고도 함께 공개합니다.**


https://brunch.co.kr/@ddaddassi/517 <= 7/14 07:00 이후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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