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어느 참전 용사의 유해가 7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갓난아이 시절 아버지를 잃은 딸은, 칠순 노인이 되어 아버지와 그렇게 상봉했다. 그리고, 아직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한국전쟁 전사자가 12만여 명이라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참전 용사와 그 후손들은 나라를 지키고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도 해를 넘겨 전쟁이 이어진다. 빼앗고 빼앗기는 전세의 역전이 거듭되는 사이, 전쟁에 대한 관심은 꺼져갔다. 그러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일으킨 반란 소식에 오랜만에 언론이 시끄럽다. 참전 군인도, 그들의 가족도, 그리고 절대다수의 소시민이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그 또한 직접 겪어보지 못했으니 짐작만 해볼 뿐이다.
전쟁이 싫었다. 하지만 그런 입장이며 나름의 근거랄 것이 그저 남의 일처럼 막연했다. 내 나라에서도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현재진행형임에도. 체감되지 않는 피상적 개념이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일상으로 서서히 치환되는 경험을 한다. 전쟁은 지난날의 역사이자 오늘의 역사로서 세대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중 그 누구도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