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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영화 <땐뽀걸즈>

이 쌤, 탐난다!

보는 내내 웃었고, 끝에 다다랐을 땐 울었다. 다큐멘터리영화 <땐뽀걸즈>는 거제여상 땐뽀반 학생들의 일상을 통해 성장기를 그려낸다. 공부도, 취업도 관심 없던 학생들이지만 체육시간만 되면 활기를 내뿜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뻔할 수 있지만 뻔하지 않은 감동을 지니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한적한 시골길을 비추면서부터 시작된다. 평온하고 따듯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고생들.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녀들에겐 이렇다할 꿈과 야망은 부족해보인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개 조선소에 취업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땐뽀반 학생들은 조금은 특별한 꿈과 열정을 발휘한다.





땐뽀반 구성원인 여덟 명의 학생들은 체육시간과 방과 후 연습만을 기다린다. 공부와는 담 쌓은 듯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엔 졸고 시험지 답안은 한 번호로만 찍기 일쑤다. 하지만 땐뽀 연습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 한다. 이들의 열정 뒤에는 이규호라는 멘토가 있었다.





어쩌면 <땐뽀걸즈>는 여학생들의 땐뽀 도전과 성공기에 초점을 뒀다기보다는 이규호라는 한 명의 멘토를 보여주기 위해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좋다. 땐뽀반을 이끄는 이규호 선생님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멀끔한 행색을 갖춘 편도 아니라, 춤이나 체육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알면 알수록 진국이라는 건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 깊이 느껴진다.


이규호 선생님은 큰 욕심이 없는 인물이다. 단지, 제자들이 땐뽀를 즐기는 과정에서 협력과 성취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대상감은 아니고 입상 정도만 해도 잘 된거다"라고 했을 정도이니까. 목표를 두고 거기에 다다르도록 강요나 닦달하는 것이 아닌, 칭찬과 격려, 응원으로 학생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이규호 선생님만의 학습 방식이다.


이 선생님의 탐나는 면모들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을 '예쁜이'라고 칭하는가하면, 어려운 집안 사정을 들어주고 다독여주는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학생의 건강이 걱정돼 직접 병원에 함께 가주고, 동생들에게 누나 역할을 하라며 빵을 사주는 모습을 봤을 땐 내적 뭉클함은 물론이거니와, 눈물까지 쏟게 만들었다. 연습 후 귀가 때마다 버스비를 챙겨주고 버스로 가기 힘든 친구는 직접 데려다주는 등 이만큼 학생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선생님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스러웠다.





땐뽀반 학생들에게 있어, 이규호 선생님은 부모보다 더 가까운 존재였다. 영화 초반에, 삼겹살을 굽는 장면에서 학생들이 반말 섞인 말을 뱉기도 하는데, 필자는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부녀로 착각하기까지 했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털털한 행태를 보이는 여학생들의 모습 때문에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정겨운 사투리로 농담 섞인 대화를 주고받는 학생들과 선생님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었다. 첫 문장의 '보는 내내 웃었다'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끝에 다다랐을 땐 울었다'의 이유는 무엇 때문이냐고? 바로 학생들이 이규호 선생님에게 남긴 영상 때문이다.


이규호 선생님은 무료하고 빗나갈 수 있었던 학생들의 학교 생활의 단비 같은 존재였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본 선생님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그와 덩달아 필자 역시 울컥 눈물을 쏟았다. 승진을 향한 개인적 욕망보다는 학생들을 위한 따듯한 배려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 이 멘토, 탐내지 않을 학생 누가 있겠는가. 따듯하고 정겨운 다큐멘터리영화 <땐뽀걸즈>. 드라마틱한 성공기보다 더한 감동을 주는 건 역시 인간애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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