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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기 앞의 생> 리뷰

사랑해야 한다


「심플 라이프(A Simple Life, 2011)」와 「세컨드 마더(The Second Mother, 2015)」라는 영화가 있다. 사회적 약자지만 마음만큼은 풍요로운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건네는 사랑이라는 화두. 사랑 없는 삶만큼 비극이 또 있을까.


소설 『자기 앞의 생(로맹 가리 지음, 역자 용경식/문학동네)』은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밝은 곳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공 '모모'와 보모 '로자'의 사랑을 다룬 작가는 실존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동시에 우리에게 세대와 국가,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보여준다.


로자는, 몸을 팔아먹고 살던 매춘부였고, 모모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랍인이다. 일상은 큰 움직임 없이 흘러가지만, 모모는 슬프고 불안했다. 늙고 병든 로자가 사라질까 두려웠고, 로자가 사라진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불안했다. 언제 빈민구제소로 끌려갈지 모르는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흐르는 눈물마저 스스로에게 설명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인간을 만드신 분은 체면 같은 게 없음이 분명하다.'


로자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해야 했던 모모는 다양한 경험들을 해나간다. 그리고그 경험들은 모모에게 어떤 상황이든 잘 대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특히, 로자의 생이 끝나갈 무렵에는 그녀를 위한 조력자들을 끌어 모으는 등 영리함까지 드러낸다.


모모의 환경은 척박했다. 하지만, 로자의 사랑으로 모모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로자와 모모는 둘 외엔 아무도 없었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 노파와 어린 아이는 사랑으로 험난한 생을 버텨낸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최악을 경험한 이들의 사랑은 더 단단하다.


『자기 앞의 생』은 '사랑'을 강조한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라고 묻던 모모는 산전수전을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누워있는 로자를 보며 말한다.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사랑은 강하다. 메마른 땅에서 꽃을 피우는 힘도 사랑이다. 내 몸 하나 가누는 것조차 힘들다고, 누군가와 사랑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지금 모모가 말한다. 사랑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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