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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에세이<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조용한 공감이 커다란 파장을

공감의 힘은 무섭다.

우리가 관계맺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공감' 아닐까? 우리는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과는 큰 무리 없이(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관계를 이어 나간다. 코드를 긴밀하게 연결해주는 것이 공감력이다.



양양(양윤정)의 에세이<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은, 두 번째 꺼내든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2014년 11월. 그러니까 책이 세상구경을 한 그때쯤이다. 그때 많은 공감을 하며 읽었던 책인데, 요즘 들어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했기에 그 대상을 이 에세이로 택한 것이다. 에세이를 읽을 때면,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특히, 저자는 말하고 나는 듣는 입장이 되는 편이라 더 이득이다. 말하는 쪽보다 듣는 쪽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대가 더 깊어져서 매력있다.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사람, 그 사람은 자꾸만 보고싶고 또 대화하고 싶어진다. 오히려 이 책을 두 번째 접한 지금, 나는 첫 번째 접했을 때보다 더 깊게 눌러 읽었다. 첫 만남에서 이 책에 반해 단숨에 읽어삼켰다면, 이번 만남에서는 매력의 이모저모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표현들이 좋았다. 산문시 형태를 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여성적이며 묘사력 짙은 문체가 여심을 뒤흔드는 데 충분한 에세이. 나는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일상의 풍경도, 그 위를 스치는 사람들도, 저자의 눈에는 이토록 아름답게 비춰졌다니…. 때로는 그녀의 아름다운 시선에 자극받아 나를 성찰하기도 했고, 생각과 문체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검색창에서 그녀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역시나, 외모마저 아름다웠다.


이 책을 썼을 때 그녀의 나이가 서른 일곱이었다. 나보다 일곱 살이 많은 그녀도 삶에 대한 성찰과 아직 경험치 못한 많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짙었다. 특히, 삶에 대한 순수한 시선과 욕심 없이 살아가는 모습들은 내 마음에 감동의 파장을 일으켰다. 욕심 없이, 작은 것들에서 오는 행복과 낭만을 느낀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한데, 저자의 그 마음은ㅡ물론 이성(理性)이 더해진 글로 표현됐지만ㅡ 고스란히 활자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자유로히….


결론은, 이 책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의 여성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만한 에세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데 적당한 대상이 없다면, 마음 맞는 대화상대가 필요하다면, 마음에 콕콕 박히는 감성에세이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누구나 쓸쓸(고독)하고, 그래서 비슷하다. 제목만큼이나 공감대가 깊은 책이니, 지나치게 젖어들면 헤어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싶다. 문체마다 운율이 스며들어있어, 쉽게 읽힌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머지않아, 이 책을 다시 꺼내어들 때가 있을 것 같다. 내겐 참 괜찮은 책이었다.



책 속의 한 줄


그 사람의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 또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잔뜩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나누는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때의 그 사람 시간과 지금의 내 시간이다.

-p. 29, 30


허름한 것이 좋다.

허름하다는 것은 반짝반짝 새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헌것, 낡은 것, 오래되고 가난한 것은 그 시절에 더 뜨겁고 정답고 치열했을 것이다.

악착같이 서로를 나누어가며, 아껴가며, 서러움과 연민, 욕지거리와 난장과

뜨거운 눈물범벅을 꼭꼭 씹어 삼켜가며 그럼에도 내팽개치지 않은

생의 육자배기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

겹겹이 쌓인 먼지의 시간만큼 사랑하였을 것이다.

허름한 추억이 없어서 내 감정은 이렇게 가난하다.

-p. 37


남들에게 쓰레기인 것이 내게는 쓰레기가 아닌 이유는,

나에게 '쓸모'란 '용도'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치라는 것을 실용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는 아무 쓸모 없는 나를 가장 먼저 던져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은 것은 내게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p. 192


가끔씩은 이럴 때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책을 펼쳐든 날, 한 문장만 읽고도 '아, 이거 또 사람 흔들어놓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들어가는 글 하나 읽고도 책을 다 읽은 것마냥 휩싸일 때, 그럴 때는 함부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책머리로 돌아가 작가의 신상을 천천히 읽어본다.

-p .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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