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어딘가로 떠나는 것조차 사치라고 느꼈던 나다. 떠나는 것에도 어느 정도의 채비가 필요하고, 적잖은 비용이 든다. 늘 해오던 생활과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이 부담이자, 필요치 않은 낭비라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환경에서의 적응 과정은 매너리즘에 갇혀있던 나의 생활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은 대안 마련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시공간의 변화는 가장 잘 알고있다고 여겼던 나조차 생경하게 만들었다. 낯선 환경이 불러온 기적 같은 변화. 이 맛에 나는 떠나는 행위를 멈출 수 없다.

물론, 떠남의 멋을 온전히 만끽하기 위한 것은 채비보다는 마음에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별다른 채비 없이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떠남의 가치를 한껏 체득할 수 있다. 떠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화를 위해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외면 모두 가벼이 한 후, 떠난 이후의 생경함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 물론, 애써 비우지 않더라도 낯선 환경들은 새로움을 위해 과거를 자연스럽게 잊게 만들지만. 태도를 다지는 것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 나는 이 글을 적고 있다.
내 안에는 떠남에 대한 설렘과 낯섦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에 사로잡혀있는 요즘, 많은 이들이 찬양하는 '여행 이전의 흥분'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발 닿는대로 걷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
떠남과 낯섦이 선사하는 가르침으로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란다(아니, 그런 내가 되기 위해 의지를 다져본다).


_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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