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설이 깃든 화엄의 본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석사는 겨울이 되면 설경 속에서 더욱 깊은 고요를 품는다. 12월, 소백산맥과 맞닿은 봉황산 자락이 흰 눈으로 덮이면 사찰 전체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1,300년 전 의상대사가 화엄의 빛으로 세운 이 천년고찰은 겨울 산사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화엄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창건한 화엄종의 본산이다.
국난을 극복할 정신적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봉황산 중턱에 사찰을 세웠고, 절 이름은 서쪽에 위치한 ‘뜬돌’에서 유래했다.
당나라 여인 선묘가 용으로 변해 거대한 바위를 띄워 절을 지켰다는 전설은 지금까지도 부석사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겨울의 부석사는 고려 목조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중심으로 고요한 장관을 이룬다.
배흘림 기둥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은 건축미의 곡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안양루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겨울 산사의 정취를 완성한다.
조사당(국보 제19호) 주변의 소나무에 핀 눈꽃은 수묵화 같은 풍경을 연출하며, 화려함 대신 담백한 울림을 전한다.
부석사 방문 후에는 인근 국립산림치유원에서 숙박과 힐링 프로그램을 체험하거나,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겨울 설산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영주 시내에서는 사과 직거래 장터를 둘러볼 수 있고, 차량으로 약 40분 거리의 안동 봉정사를 함께 방문하면 고려 시대 목조건축의 쌍벽인 무량수전과 극락전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현재 부석사는 입장료가 무료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겨울철에는 눈과 얼음으로 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붉게 물든 일몰과 새벽의 고요함은 그 불편을 충분히 상쇄한다.
배흘림 기둥 위에 내려앉은 눈과 천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 속에서, 부석사는 지금도 묵묵히 화엄의 빛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