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수
매일 아침 8시, 일어나자마자 양치를 하고 유산균 1포, 꿀 한 숟가락, 물 한 컵 마시기를 순서대로 지킨다. 내가 달그락거리기 시작하면 두루는 작은방으로 건너가 눈도 못 뜨고 끙끙 앓는 소리는 내는 아빠를 같이 놀자며 흔들어 깨운다. 두 성씨가 까치집을 지은 머리를 하고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하다. 나는 우리 셋이 함께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
나는 두루에게 아침 식사로 삶은 달걀, 누룽지, 딸기잼을 바른 식빵 중 하나를 고르라 하고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곧장 준비한다. 등원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남편이 두루를 씻기는 동안 식탁을 정리하고 운동 갈 준비를 한다. 나는 비가 오지 않는다면 매일 아침 9시 20분 나눠마실 차를 준비해서 동네 친구와 뒷산을 걷는다. 수다 떠는 것이 즐거워 헤어지는 시간이 몹시 아쉽지만,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오늘 먹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것으로 어쩌다 한 번만 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는 나보다 띠동갑 어린 자취생, 나는 전업주부. 이런 규칙쯤은 있어야 금전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해서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질러 놓은 것을 대충 치우고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마른빨래를 갠다. 오후 1시 반까지는 책상에 앉아야 한다. 내가 하는 공부는 별것 없다. 책을 읽다가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공책에 베껴 쓰고, 턱을 괴고 앉아 나도 이렇게 잘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끄적거리기. 이 시간만큼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러다 두루가 돌아오기 1시간 전부터는 마음이 붕 떠 괜히 냉장고를 열어 준비해둔 저녁거리를 한 번 더 살펴본다.
내가 아무리 저를 살뜰히 보살펴도 아직은 고마운 것을 모르는 자식. 지금의 나는 그저 내 아이가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내 존재 가치를 가장 크게 느낀다. 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이 일상이 안심이 되고 좋다. 이 안에서 지금껏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맛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삶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인터뷰가 떠올라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사람들은 흔히 예술가는 자유로운 삶을 산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위대한 예술가들 중 대부분이 자신만의 엄격한 생활 루틴이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누가 알아? 내가 위대한 작가가 될지도!’라고 생각하며 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열심히 산다. 내 인생,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분명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음을 안다.
‘나를 들어 올리다’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치즈와 진한 에스프레소의 환상적인 조화! 오늘은, 한 숟가락 푹 떠서 맛보는 순간 기운이 나는 티라미수 한 조각을 엄마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엄마들이야 말로 사람 만드는 위대한 예술가 아닌가? 하하
단거 먹고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