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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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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 나는 나

바질 스콘


  벌써 8월, 이제는 6살보다 7살에 더 가까워진 두루. 요즘 부쩍 두루가 영글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때가 되어 먹을 것을 챙겨주면 스스로 먹고,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면 혼자서도 잘 놀고, 어두운 밤 방에 조명을 연하게 틀고 옆에 누워 가슴을 몇 번 두드려주면 금방 잠이 드는 것을 넘어서서 본격적으로 세상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어엿한 작은 사람의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엄마 살이 닿아야 잠이 들고 씻기만 했는데도 윤이 나게 예쁘다는 것. 그렇지만 조만간 스스로 방에 들어가 혼자 잠드는 날이 올 것이다.    

 



 “엄마 그건 실수야, 잘못이야?”

 “내가 사과해야 하는 거야?”

   

 두루는 요즘 또래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종종 저런 질문을 한다. 옳고 그른 것, 실수와 잘못에 대한 의미를 여러 번 되물으며 자기 행동이 정당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엄마랑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찜찜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를 보면 아마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엄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안심하고 싶어 하는 그  모습이 참 기특하면서도 눈물 나게 짠하다.  

   

 무한한 신뢰를 담은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아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어깨가 무거워진다. 나는 소신껏 대답해 주고서는 내 자식은 배운 대로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믿음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과 다르게 행동했던 나의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 앞으로도 완벽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끄러움 또한 내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단순한 의식주의 의존에서 벗어나 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 성큼 걸어 들어서는 아이의 모습은 내가 가끔 남편에게서 느끼는 ‘정말 낯선 사람’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나를 닮은 모습으로 살면서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실제로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것처럼 쓰라리다. 나는 두루가 내 속에서 나왔지만 결코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친정엄마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결혼 전에는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 말속에 담겨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다. 그것은 아마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잘할 것이다."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자식이 힘껏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어주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키운 바질을 넣어 만든 스콘. 시중에서 파는 바질가루만큼의 진한 향은 아니지만 물기 머금은 생잎을 직접 빻아 넣어서 그런지 촉촉한 식감과 함께 코 끝까지 전해지는 은은한 바질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기대 이상이다. 과자 만드는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허브를 몇 개 더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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