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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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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주 작은 실천

대추 코코넛 쿠키

 괜히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방글라데시 어느 지역의 섬유 공장단지, 그 주변을 감싸고 흐르는 강에 버려진 옷가지들은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게다가 공장에서 흘려보낸 폐수로 인해 악취까지 진동하는 강 위에서 사람들은 배를 타고 떠다니는 쓰레기를 헤쳐가며 노를 젓고 있었다. 취재기자에게 오래전 반짝이는 윤슬로 아름다웠던 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얼굴은 꼭 그 시절을 애써 잊어버리기로 한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 프로그램은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패션산업’이며, 동시에 우리도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옷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은 솔직히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어서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영상은 자연스럽게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앞으로 겪게 될 재앙에 대해서까지 보여주었다.

   


 

 “엄마, 저거 나 때문이야?”


 곧장 아니라고 대답은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우리 가족이 매일 남기는 음식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은지 1년이 지나긴 했지만, 지저분해진 식탁과 바닥에 떨어트린 음식을 닦기 위해 물티슈 여러 장을 뽑아 손에 두툼하게 쥐고 바닥을 훔치던 내 모습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금은 적응했지만 물티슈 없이 집안일을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엄마, 근데 내가 우리 마을에 쓰레기를 버렸는데 어떻게 저기까지 가는 거야? 뭐 타고 가?”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지난번 읽은 책에서 본, 선진국에서 일어난 환경오염의 피해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고스란히 받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제 어디에 살든지 기후변화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것은 곧, 이제는 더 이상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모른 척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실천하자'라고 마음먹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후 친환경 섬유로 만들었다는 옷을 구경해 보았다. 평생 AS를 보장해 주겠다는 옷도 있고, 리사이클링(recycling) 가방도 있었다. 그런데 내 기준에 그 값이 너무 비쌌다. 물론 평생 입고 들고 다닐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어떻게 장담해? 하며 ‘이 돈이면 내가 여행 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극심한 병을 앓고 있는 지구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수준이 겨우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괜히 씁쓸했다.   


 세상일 대부분이 그렇지만 어떤 일을 한번 겪게 되면 절대 그전의 상태로는 돌아갈 수가 없다. 알고 나면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일고, 나 하나로 뭐가 달라지나 싶어 살던 대로 살다가도 잊을만하면 떠올라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의심스럽더라도 멀리 보고 용기 있게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뿐이다. 나는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후자를 택한다고 믿고 있다.




 ‘음식 쉽게 버리지 않기’

 내가 가장 노력하는 동시에 그만큼 애를 먹는 일. 설날에 차례 지내고 싸주신 대추도 다 못 먹었는데 추석에 또 싸주셨다. 남편은 차를 끓여서 먹을 거라고 했지만 그러려면 가시오가피도 넣어야 맛있다나? 몇 번 끓여 먹고 남은 가시오가피 포장지 위에 먼지 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대추를 쫑쫑 썰어 넣어 과자로 만들어서 나눠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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