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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과자책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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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는 기쁨

아기 치발 과자

 

 어김없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며칠 전부터는 책 한 권 너비만큼 열어두었던 창문을 두루 손바닥만큼만 열고 잔다.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여정 또한 그 날씨가 하루하루 다르다.      


 이맘때쯤 하는 것이 바로 두루의 옷장 정리하기. 4살까지는 옷 한 벌을 꽤 여러 해 걸쳐 입었는데, 작년부터는 계절마다 새 옷을 사줘야 할 만큼 쑥쑥 자라고 있다. 며칠 전 남편에게 우스갯소리로 ‘어떻게 사람이 앞뒤 양옆 게다가 위로 점점 커져서 옷을 새로 사지? 그렇게 치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자라지 않으니까 옷을 살 필요가 없잖아?’라고 말하고는 몇 달 전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둔 옷을 삭제했다.      


  


 

 옷을 정리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인데 두루는 형들에게 예쁜 옷과 신발, 장난감까지 참 많이 물려받았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와 함께 사는 엄마 입장에서 그게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정말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다. 새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 마음은 같기에 나는 되도록 옷을 깨끗하게 입히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입다 작아진 옷은 허투루 버리지 않고 나눈다. 내 아이의 옷을 물려 입을 동생들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아서.  

    

 옷소매가 짧아진 티셔츠, 자꾸 엉덩이로 손이 가는 꼭 끼는 바지, 한 바퀴 신나게 뛰고 나면 배꼽 위로 올라가는 바람막이를 골라 평소보다 섬유 유연제를 조금 더 넣어 세탁하고 다 마른빨래를 몇 번이나 뒤집어가며 얼룩이 있나 없나 확인한 다음 각 잡아 개켜 제일 깨끗한 쇼핑백에 담아두었다. 작아진 신발 중 깨끗한 것 두 켤레를 골라 바닥은 솔로 박박 문지르고, 겉은 얼마 전 두루 운동화를 새로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운동화 클리너로 쓱쓱 문질러 닦아 볕이 잘 드는 창틀에 세워두었다. 하원 길에 종종 만나는 앞 동 사는 이웃의 4살짜리 아들에게 물려줄 참이다. 그 친구가 입으면 정말 딱 예쁠 것 같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자정이 훌쩍 넘었다. 오늘따라 집안이 더욱 적막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우리 집 거실 창 맞은편에 위치한 이웃집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부쩍 줄어들었다. 그 집 아기는 남편 지인의 딸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기적으로 아주 정확하게 ‘응애응애’하고 우는 소리가 들릴 때면 너무 귀여워서 남편이랑 같이 웃곤 했었는데 이제 통잠을 자는 모양이다. 벌써 100일의 기적인가!  

    

  



 며칠 후, 두루랑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리 빌라 마당에서 정말 작은 아기를 만났다. ‘응애응애’하고 울던 바로 그 아기였다. 오늘 마당에 처음 나왔다는 아기는 힙시트에 앞 보기를 하고 앉아서 고개를 가누며 언니와 오빠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어푸어푸 소리를 내며 투레질을 할 때마다 엄지손톱만큼 작은 입술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안개꽃처럼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그야말로 ‘무장해제’가 되었다. 아유 이뻐, 정말 예뻐!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이제 곧 아래 옥수수 두 알이 뿅 나겠지. 아기를 한 번 안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실례가 될 것 같기고 하고, 오랜만에 보는 아기라 겁이 나기도 해서 그만두었다.

   

 사랑스러운 아기 덕분에 마음이 몽글몽글 해져서 올라오는데 우리 집 현관 문고리에 간식 꾸러미가 걸려있었다. 그 안에는 꾹꾹 눌러쓴 손 편지도 함께 담겨 있었다.     

 ‘만날 때마다 저희 아이들 예뻐해 주시고 예쁜 옷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 둘을 돌보느라 바빴을 텐데 내게 전할 손 편지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써줬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아이와 함께 살며 누리는 행복이 정말 많구나, 아이가 자라는 기쁨을 더 많이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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