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과자책 1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글쓰기

마가렛 쿠키

 얼마 전 ‘이 시대 아이들과 어른들의 책 읽기’라는 주제로 열린 책모임에 참석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다 작가라는 직업을 본격적으로 꿈꾸고 책과 가깝게 지내면서 여러 가지 기쁨을 맛보게 되었고, 지금은 그것을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던 중 이 강연을 알게 되었고 현재 활동하고 계신 작가님까지 직접 만나 뵐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마음이 끌렸다.              


 내가 바라는 작가라는 직업을 먼저 행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책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를 가진 부모님들의 질문으로 풍성하게 채워진 3시간이었다. 강연 마지막에는 작가님께서 책을 몇 권 추천해주셨는데 얼른 다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 실제로 손이 근질거리기까지 했다. 강연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연 주제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질문해도 좋다는 작가님 말씀에 평소 습작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여쭤보았다.      


 “저는 작가가 꿈인데요, 작가님께서는 문장을 자세하게 쓰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는 내 질문에 정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셨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나 역시 꼭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내가 작가님께 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실행해 볼까 하는 계획이 아닌 ‘작가가 꿈인데요’라고 말한 것이 뭐랄까, 그 말을 괜히 했나 싶다는 그 생각만 쭉 했다. 나는 종종 내가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편함을 느끼고는 하는데, 그날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작가가 꿈이라고 말한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냥 질문만 했어도 될 것을 말이다. 


 그러면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작가님의 추천 도서를 동네 도서관 어플에 접속해서 모조리 검색한 다음 찜해두는데 조금 전에 얼른 읽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고 썼지만 막상 그러려고 보니 읽을 책이 많아져서 즐거운 마음이 아니라, 작가님께서 추천해주신 책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책상 앞에 앉아 이 날의 강연을 곱씹어 보니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 것에 비해 내가 한 노력이 턱 없이 부족하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더 많이 써보고, 추천 도서 역시 반드시 올해 안에 다 읽고 말겠다며 달력에 적어두었다.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나는 찜해두었던 책 중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앞서 읽다 만 책이 몇 권이나 더 있고, 그것도 마른빨래 정리와 밀린 설거지를 핑계로 몇 장 읽고 덮기가 일쑤다.(그러면서 시즌이 3개인 미드는 작정하고 몰아본다.) 하루에 두 시간은 무조건 엉덩이를 붙이고 있겠다며 자리에 앉아 다섯 문장도 안 되는 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찝찝하다.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을 칭찬하며 꾸준히 해본다.


 마가렛 쿠키(원래 이름은 마가렛트)는 내가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과자이다. 그런데 고소한 향에 비해 그 맛이 좀 부족해서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과자를 만들어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만들었던 과자가 바로 마가렛 쿠키이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계속 만들다 보니 초코, 치즈, 말차, 홍차, 땅콩, 코코넛, 쑥 인절미 맛까지! 무려 8가지 맛을 만들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도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전 14화 함께 자라는 기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