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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한대

아기 치발 과자




 며칠 전 두루의 잠자리 동화로 ‘나의 무한대’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요즘 숫자에 퍽 관심이 생긴 두루가 ‘무한대’이라는 숫자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100보다도, 1000보다도 더 많다는 이 대단한 무한대는 도대체 몇이라는 것인지, 엄마는 왜 자꾸만 셀 수 없는 숫자라고 하는 것인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을 하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던 중 마침 도서관 새 책 코너에 꽂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홀린 듯이 집어왔다. 나는 사실 이 책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한, 흔히 말하는 놀면서 배운다는 수학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는 크게 감동했다.

 두루처럼 무한대라는 숫자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주인공 클라우가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였다. 책 마지막에 클라우가 ‘이제 무한대가 뭔지 알겠어요!’라고 말했을 때는 두루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 ‘무한대’가 때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 ‘마음의 크기’로 이어져 그것은 결국, ‘셀 필요가 없이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두루도 사랑이라는 마음과 짝지어 무한대를 설명해 주니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했는데, 궁금증이 해소된 기쁨과 함께 우리 부부의 마음이 아이에게 잘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함 또한 느꼈다.

 그러다 문득, 나의 무한대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자 두루와 함께 요즘 내가 만나고 있는 아기들의 얼굴이 눈앞에 두둥실 떠올랐다.    

      

 한 달 전부터 입양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아기 돌보기 봉사를 하고 있다. 말이 봉사이지 귀여운 아기들 덕분에 내가 더 힘을 얻는다. 특히, 아기들을 처음 만난 날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방금 세수를 마치고 로션을 발라 반짝반짝 윤이 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던 아기. 내가 손가락 끝으로 볼을 톡 건드리자 이 아줌마는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탐색이 끝나자 살며시 다가와 내 허벅지에 궁둥이 한쪽을 붙이는 아기를 보니, 살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날 나는 잠들기 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두루가 성인이 되고 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더 큰 세계로 나가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겠노라 다짐했다.




 존재만으로도 셀 필요가 없는 나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 끝없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나의 두루,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기들. 나의 무한대!     


 코로나19 때문에 열흘 동안 아기들을 만나지 못했다. 내일 가면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쌀알처럼 희고 작은 이가 올라오기 시작한 아기들이 턱받이를 흥건하게 적시며 채소 모양 장난감을 맛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혹시 내가 만든 간식을 아기들에게 줄 수 있는지 여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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