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이에게 속박된 엄마의 2박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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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에서처럼 ‘마음 불편한 휴가’를 다녀왔다. 제주에서의 2박 3일, 다행히 아이는 아빠와 잘 지냈다. 원래 내게만 소리 내며 웃던 아가였는데 2박 3일 동안 아빠와 좋은 시간을 보냈는지 이제 아빠에게도 소리 내어 웃어주어 남편을 우쭐하게 만들었다.
2박 3일의 일정은 이랬다.
첫날 아침 일찍 출발해서 혼자 제주를 즐기고 저녁에 두 친구를 만나 다음날까지 함께 놀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해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집을 나설 때 설렘보다는 미안함이 컸다. 집에 남편과 아이를 두고 가자니 내가 너무 냉정한 사람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편은 괜찮다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혼자 휴가를 즐기러 가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공항에서도 비행기에서도 제주여행지에서도 자꾸만 아이 생각이 났다. 사실 우리 아이는 4개월이라 아직 엄마만 찾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400개월이 훨씬 넘은 나는 제주에서도 아이만 찾고 있었다.
제주에서는 베이비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들이 많았다. 아장아장 기어 다니는 걸 보니 돌즈음 되는 것 같았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는 육아현장은 정말 아름다웠다. ‘까르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런 아이를 보며 웃는 어른들의 모습이 정말 예쁜 그림 같았다. 아이 돌이 지나고 우리 가족도 여행을 가면 저런 모습일 것 같아 설레기도 했다.
제주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은 #소리소문 이라는 책방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봐야 할 150대 서점에 뽑혔다는데 그 매력이 무엇인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곳 역시 아이와 같이 온 가족들이 많았고 책방에서도 온통 딸 생각이 났다. 책방에서 총 3권의 책을 샀다. 내가 읽고 싶은 책, 남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책,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 나는 원래 그림책을 좋아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볼 때면 어른이지만 한 권씩 사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골랐다. 한 아이가 주변인들의 가방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는 책인데 가방을 열어보면 저마다의 꿈과 바람이 담긴 그림이 나타난다. 아이도 소소하든 대단하든 항상 꿈을 가방에 담고 꺼내며 살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그림책을 골랐다.
계속 계속 아이가 보고 싶어 중간중간 영상통화를 걸고 아이 사진을 봤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홈캠으로 아이가 자는 걸 계속 보고 아이 사진을 보고 있다. 자유부인이지만 스스로 전혀 자유로지 못하고 아이에게 속박되어 있는 나였다.
그런데 또 나와있자니 그리고 오랜만에 혼자 그리고 친구들과 여행을 하자니 출산을 했다는 게 나도 뭔가 낯설게 느껴졌다. 함께 여행한 친구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한 친구들인데 최근에는 본 지 2-3년 즈음되었다. 임신하기도 전에 봐서인지 갑자기 엄마가 돼서 나타나자 아이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와 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더더욱 상상이 안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 또한 내가 아이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육아의 시간이 뭔가 꿈같고 여행하는 이 시간이 현실인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행이 끝나 아쉬워야 하는데 아쉽다기보다 즐거웠다. 아이와 남편에게로 돌아가는 길이 설레었다. 여행을 한 번 가면 최대한 오래가려고 있는 연차 없는 연차 다 끌어 썼던 나였는데… 그리고도 아쉬워서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 어디 갈지 생각하던 나였는데 돌아오는 길이 설레어하는 내가 놀랍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잠시 아이를 맡겨두고 이번에는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제주 여행을 가보니 떨어져 있기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 아기와 해외여행을 같이 가는 건 내 기준 과하고 하지만 해외여행 오랜만에 가고 싶고. 아직 멀었지만 벌써 고민이 된다. 몇 달 더 육아를 하다 보면 하루라도 이틀이라도 잠시 떨어져 있고 싶어 질까 아니면 더더 정이 들어서 함께하고 싶을까? 내가 어떤 마음이 될지 궁금하다.
이번글은 쓰다 보니 툴툴이의 삐딱한 육아는 아닌 듯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아이와 떨어져 있어서 긍정이가 된 것 같단다. 아이에게 속박된 자유부인이었다지만 그래도 내게는 힐링의 시간이었나 보다. 여행 끝나고 하는 육아가 좀 더 힘이 나는 걸 보니 속박되었더라도 여행은 내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같다. 아이와 함께이든 혼자이든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긍정이의 육아일기 이렇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