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 밟히냐는 말보다는 응원의 한 마디 보내주세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2주 차.
그저 육아에서 해방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일주일하고도 며칠 밖에 되지 않았는데 워킹맘의 현실을 톡톡히 느끼는 중이다.
나는 워킹맘으로 살고 싶었다. 직장인으로서 우리 엄마는 참 멋졌기 때문이다. 승진을 하고 스카우트를 받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당연하게 엄마처럼 직장인이 되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계속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께서도 육아의 도움을 주신다고 하셨고 역시나 감사하게도 나와 남편의 직장은 (본인 업무에 지정이 없다면) 근무시간이 두 시간 단축되는 육아시간 사용을 눈치 주지 않는 편이기에 워킹맘으로서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막 고작 일주일하고도 며칠밖에 되지 않은 지금, 마음이 자꾸 불편하고 흔들린다.
오랜만에 복직해서 일하는 시간은 꽤 좋았다. 원래부터 내 일을 꽤나 좋아하기도 했고 또 주부보다는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이 적성에 더 맞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근 후에 아이를 볼 때면 더욱 사랑스럽기도 해서 복직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부모님의 도움과 육아단축시간으로 아이를 돌보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문제는 워킹맘의 죄책감이었다.
복직한다는 말을 할 때면 주변 반응은 비슷했다.
“애는 누가 봐? 애기 눈에 안 밝히겠어? 애기 너무 어리지 않아? 부모가 보는 게 낫지 않아? “
“이 시기에는 돈보다는 아이와의 애착이 중요하다. 직장인으로서의 성취도 좋지만 엄마로서 삶이 정말 행복한 거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은데..."
아직 아이가 어린것도 맞고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게 좋은 것도 맞다. 하지만 나와 우리 집 경제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아이를 일찍 떼어놓고 나오는 매정한 엄마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복직이 너무 이른 것 같다며 아이를 위한 조언을 할 때면 조언이 아닌 비난처럼 느껴지고 정말 내가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죄책감이 들곤 한다.
경제적인 것 또한 복직을 결정한 이유다.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더 큰 여유가 있었다면 힘들더라도 복직을 좀 더 미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아만 하고 있기에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경제적 여유를 느끼는 게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조언해 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이 터진다.
반대로 응원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 복직하고 이런 쪽지를 받았다.
"예쁜 아가 두고 출근하시기 힘드시죠? 그래도 회사 나오시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집에서 하루 종일 아기랑만 있으면 엄마는 너무 지치더라고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복직이 엄마에게도 나을 수 있다는 아이보다 나를 생각해 주는 쪽지가 너무 감사했다. 누군가의 공감과 응원이 이렇게 마음을 위로하는구나 마음 깊이 느꼈다.
그리고 워킹맘 선배의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며 공감해 주는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눈에 밟히지 않느냐고 묻는 말에 밟히지 않는 나는 엄마 자격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둘째가 생긴다면 휴직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나 또한 그렇다. 업무 중에는 아기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일 외에 다른 생각이 어려울 만큼 정신없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괜히 마음이 놓인다.
응원해 주는 말속에서 위로가 되지만 아직도 마음은 조금 불편하다. 앞으로 아이가 커가면서 전업 엄마 또는 전업 아빠들과 더 비교되고 아이에게 얼마나 부족할까 벌써 걱정이 된다. 그래도 내가 우리 엄마에게 그랬듯이 내 아이가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는 생각으로 미안함을 지워버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아이를 위해 '희생'했다고 하는 게 아이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하며 내가 좋아하는 삶을 계속 지켜보려고 한다. 엄마로서의 역할도 참 소중하고 재미있지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아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찾아가려 노력하지 않을까?
사실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아기에 대한 미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괜히 화살이 남편에게 가기도 하고 주변의 전업주부들이 괜히 미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내 생각도 정리되어 가고 스스로도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윗 문단에서처럼 아이도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니 미안함보다는 일에서도 육아에서도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마음이 흔들리고 아이에게 미안하겠지만 그때마다 오늘 쓴 이 글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나의 복직은 희생과 미안함보다는 즐거움, 기쁨으로 채워지는 육아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되새겨야겠다.
각자의 육아방식과 각 가정의 상황이 있을 테니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든 마음을 후비는 조언보다는 응원의 한 마디를 보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