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그러면서 크는 거야, 걱정마!
아이가 운다.
엄마가 안아 달래자 아이가 울음을 멈춘다.
"역시 엄마 품이 최고다."
아이가 손을 빤다.
"엄마 사랑이 부족한가보다."
아이가 얼굴이 긁혔다.
"엄마가 애를 잘 못봐서 그런다."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이 엄마다. 아이의 모든 행동의 원인과 문제 해결 방법이 나라니.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아이지만 너무 부담스러워서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정말 무겁게 느껴진다.
아이가 엄마 품에서 울음을 멈추는 것은 정말 사랑스럽지만 누군가 "역시 엄마 품이 좋구나, 최고구나. 역시 엄마가 안아주니 울음을 그치구나."라는 소리에 부담감이 확 밀려온다. 아이가 내가 안아줘도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면 너무 부족한 엄마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가 손을 빨고 아기가 스스로 얼굴을 긁어놓은 상황에서는 '엄마가 엄마가'하는 소리에 화까지 난다. 정말이지 아이가 조금만 손을 심하게 빨아도, 발달이 조금만 늦은 것 같아도 가장 신경쓰는 건 엄마다. 그런데 자꾸만 주위에서 '엄마가 엄마가'하는 통해 속상함에 더해 화까지 난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다른 아이들의 성장도 궁금해져서 관심있게 지켜보곤 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발달하는 과정이 다 똑같다. 다른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도 어느 날 손을 발견하고 손을 빨고 발을 발견하고 발을 가지고 논다. 그리고 낑낑거리며 뒤집기를 연습한지 며칠만에 드디어 성공하더니 이제는 하루 종일 슈퍼맨 자세를 한다. 어느 날은 정말 하루 종일 울기도 하고 이앓이를 하는지 손을 엄청 빤다. 그리고 손으로 이것 저것 하다가 스스로 얼굴을 긁기도 한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걸보니 아이의 행동은 엄마탓이 아닌 것 같다. 조물주가 아가들에게 정교하게 셋팅해놓은 발달과정인 것 같다.
그런데 무조건 엄마부터 걸고 넘어지는 말들이 너무나 힘들다. 임신과 출산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에다가 일년은 지나야 원래 몸 상태로 회복된다고 하는데 육아로 제대로 회복하기도 어려운 엄마들에게 더더욱 책임을 전가하는 '기승전 엄마'는 너무나 힘들다. 뭐든 처음하는 것에는 시행착오가 있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육아의 세계는 너무나 새롭고 아이가 쑥쑥 크는 바람에 익숙해지면 또 다른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매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가 부족해서 아이가 그렇다는 소리에 그나마 있던 에너지도 모두 없어지는 기분이다.
아이의 문제가 엄마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부담스럽지만 반대로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 것이 모두 엄마덕분이라는 말도 부담스럽다. 육아에 열심히인 아빠에게 민망하기도 하고 아빠의 역할도 중요한데 아이의 성장을 다 엄마의 역할로 치부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달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중인 아가이기에 공을 엄마에게 돌리는 게 뭔가 민망하다.
아이가 성장하는데 엄마의 역할을 중요하지만 너무 부담은 주지 않았으면 한다. 얼마 전 아이가 얼굴을 긁어 속상해하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기는 그러면서 크는 거야." 이 한 마디가 정말 큰 위로가 됐다. 그리고 엄마의 말씀처럼 신기하게도 본인이 긁은 상처는 금방 나았다. 친구 아이가 아프거나 다쳐서 속상해할때면 '아이들 다 그런면서 크지 않나? 그렇게 속상할 일인가?'라고 조금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그러니 그렇게 쉽게 괜찮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럴 때 옆에서 별 일 아닌듯 말해주는 그 한 마디가 참 소중했다.
워킹맘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더더 미안할 것 같다. '워킹맘이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아이가 시간을 많이 못보내서...' 이렇게 앞으로 아이가 성장해가면서 보이는 많은 일들에 참 많이 속상하겠지만 "아기는 그러면서 크는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엄마 혼자 모든 무게를 감당하지 않으려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도 "아기는 그러면서 크는 거야.", "크려고 그러나보다." 라는 말로 위로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