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땡글킴 Oct 13. 2024

4. 커다란 벽이 있다면?

벽을 넘는 저마다의 방법

 얼마 전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를 보았는데요. 힘들게 첫 미션을 통과하면 다른 미션이 나오고 또 열심히 해서 통과하면 다른 미션이 나오더라고요. 흑백요리사를 보며 '커다란 벽이 있다면?'이란 그림책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계속되는 미션이 ‘커다락 벽'이 계속 나오는 이 책의 내용과 닮았기때문입니다. 


인생은 ‘커다란 벽’의 연속이고 낮든 높든 넘어야 할 벽은 항상 우리를 기다립니다. 벽을 넘고 ‘이제 됐다.’ 싶으면 또 다른 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만 가면 만사 OK인 줄 알았더니 취업이라는 큰 벽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취직만 되면 그저 행복할 줄 알았는데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내 몫을 해내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뿐인가요?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일의 특성상 마주하는 대상이 자주 바뀌는지라 언제 다시 커다란 벽을 마주할지 몰라 인사시즌이 되면 항상 긴장입니다. 회사만 문제는 아닙니다. 결혼도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이제는 육아라는 커다란 벽도 마주했습니다. 육아라는 지금의 큰 벽을 완전히 넘으려면 3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커다란 벽이 있다면?'이라는 책은 이런 우리의 삶의 모습을 표현한 책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커다란 벽이 마주하고는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이내 해결방법을 생각해 내고 벽을 넘습니다. '벽을 넘었다!' 하고 안심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높은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벽 앞에서 당황스럽지만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해결합니다.


 사다리를 타기도 하고 벽에 찰싹 붙어 기어올라가기도 합니다. 혼자서도 벽을 잘 넘는 고양이지만 더 높은 벽에서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새의 도움을 받아 날아가기도 하고 여러 고양이들의 도움을 받아 벽을 넘기도 합니다. 우리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극복하기도 하지요. 저도 참 많은 도움을 받고 살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내가 잘났다!’는 거만함도 있었는데 주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것을 알고부터는 항상 감사합니다. 부모님부터 지금의 육아동지 친구들까지, 이 글을 쓰면서 스쳐가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요. 생각난 김에 고마움을 전해봐야겠습니다.


Q. 독자 여러분은 어떤 분이 생각나시나요?



 어쩌면 '흑백요리사'도 이런 삶의 모습을 닮아 인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계속 계속 미션이 기다리고 미션에 통과되어서 한숨 돌리면 또 다른 미션이 기다립니다. 요리사들은 당황해하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려운 상황을 잘 해쳐나갑니다. 이렇게 요리사분들이 하나, 둘 벽을 열심히 넘어가는 모습에서 많은 분들이 감동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가끔은 도망가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벽을 넘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하기조차 귀찮을 때 말입니다. 다 두고 잠수 타버리고 싶기도 하고 ‘나 몰라!’하고 그냥 뻔뻔하게 있고 싶기도 합니다. 어릴 때 학습지하기 싫어서 엄마 몰래 버리고 잃어버린 척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 외에도 정말 잘못했던 일들도 떠오르지만 너무 창피해서 마음속에만 담아두겠습니다. 그래도 직장인이 되고는 밥벌이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는지 도망가지 않고 하나하나 벽을 넘고 있습니다.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것도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벽을 하나, 둘 더 넘다 보면 좀 더 여유롭고 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는 일도 하고 육아도 하느라 참 여유 없는 삶을 살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 제가 좋아하는 여러 일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마음이 조금 어지럽습니다. 일도 육아도 팽개치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이 전에 벽을 넘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도망가지 않고 벽을 마주하고 넘어가다 보니 어떤 벽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은 낮아지는 듯합니다. 몇 년 전 도서벽지 외딴곳에 발령이 나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어떤 곳에 발령이 나더라도 큰 두려움은 없더라고요. 외딴곳에서 힘들었지만 결국 잘 적응하고 잘 지냈던 기억 덕분이겠죠? 그것처럼 지금의 벽도 잘 넘어가면 점점 여유가 생길 것이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독자분들도 넘어야 할 어떤 벽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커다란 벽, 더 커다란 벽이 생겨 당황하더도 결국 그림책 속 고양이처럼 '어떤 벽도 넘어가실' 독자분들을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3화 3. '문수의 비밀' : 루시드 폴, 김동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