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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별다름’의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

인싸보다 아싸가 더 행복한 나, 아싸지만 사랑받고 싶어

by 땡글킴

브로콜리 좋아하시나요? 저는 점점 좋아하는 중입니다. 저의 브로콜리에 대한 첫 기억은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꺼끌꺼끌하고 딱 봐도 맛없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이후에 건강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브로콜리를 다시 접하게 되었고 그나마 초장 맛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초장과 함께 먹기는 하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매력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에서 브로콜리는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채소 1위'에 뽑히게 됩니다. 충격을 받은 브로콜리, 하지만 그냥 울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관찰하며 인기 많은 음식이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매력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의 매력을 따라 하며 인기 많은 브로콜리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뽀글뽀글 파마를 하며 맛있는 라면을 따라 하기도 하고 멜론아이스크림이 인기가 많자 브로콜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력을 해보아도 브로콜리는 영 인기가 없습니다.


이런 브로콜리, 어떠신가요? 저는 브로콜리가 안타까우면서도 참 대견했습니다. 그냥 나쁜 사람들! 이라며 남들을 탓하기보다 인기 있는 채소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멋졌기 때문입니다. 저도 브로콜리 같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 많은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인기가 많은 것에 대해 큰 부러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브로콜리'가 되었습니다.


제 동기 중에는 정말 누가 봐도 인싸가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 동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분과 놀면 참 재미있었고요. 어딜 가도 베프를 만들어 오고 잘 노는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약속 많은 것도 참 부러웠고요. 그래서 저분 같은 인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어딜 가나 친구를 만들어오는 것처럼 나도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죠. '브로콜리'처럼 그분이 인싸가 되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비결은 술도 잘 마시고 술자리도 좋아하는 것과 누구나 다가가서 농담을 건네고 장난을 치기 편안해 보이는 성격이었습니다. 저는 딱 반대였고요.


저의 인싸 되기 프로젝트. 시작은 했지만 참 어렵더라고요. 항상 거절했던 술자리에 가보기도 하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장난을 쳐보기도 했지만 집에 돌아올 때면 야근한 것처럼 너무 힘들었거든요. 몇 번의 시도 끝에 저는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인싸가 안 맞는 사람이라는 걸요. 인싸가 돼서 행복하다면 모를까 저는 정말 친한 사람들과 오손도손 놀고 지금처럼 조용히 글 쓰는 게 더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브로콜리 역시 다른 음식들을 따라 했음에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선물인 브로콜리 수프를 남겨둔 채로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마지막 선물인 브로콜리 수프가 대박이 납니다. 너도 나도 브로콜리 수프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제야 브로콜리를 깨닫습니다. 나만의 매력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요.


인싸가 되기를 포기한 지금도 인싸는 아닙니다만, 마음을 내려놓고 나의 원래 모습 때로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저에 대해 좋은 평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묵묵하게 내 일을 하고 진짜 성격대로 사람들과 차분하게 이야기했는데 직장 내에서 저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들린다는 것을 알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회사 다니는 지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이제는 저의 '브로콜리 수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을 대하는 게 더 편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제 '브로콜리 수프'가 잘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아싸이지만 사랑받고 싶습니다. 앗싸의 모습 그대로요. 독자분들의 '브로콜리 수프'는 어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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