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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진정한 일곱 살 - 허은미

진정한 어른, 그리고 진정한 서른넷

by 땡글킴

저는 서른 넷입니다. 연 나이로는 곧 서른다섯이 되겠네요. 몇 년 전에 인터넷에 이런 짤이 많이 돌았습니다. 20년 전 내가 초등학생일 때 바라본 32살과 지금 32살이 된 나의 모습을 비교한 짤이었는데요. 저도 보고 참 많이 공감했습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32살이라고 하면 한 가정의 엄마나 아빠였고 정치 뉴스를 즐겨보는 그런 '어른'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 짤을 보던 32살의 저는 결혼은커녕 아직도 부모님 그늘에 사는 그리고 그 그늘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여전히 초딩같은 어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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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서른 넷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20년 전 왕어른 같던 삼촌, 이모의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서른넷'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허은미 작가의 '진정한 일곱 살'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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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진정한 일곱 살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앞니가 하나즘 빠져있고,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합니다. 또 양보도 할 줄 알아야 하고 혼자 잘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서른넷의 모습은 어떨까요? 제가 10대였을 때 30대가 되면 우아하고 여유 있는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에게서도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으로도 완전히 독립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커리어 우먼. 그게 바로 제가 상상한 '진정한 삼십 대, 서른넷'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아'하기는 커녕 아직도 부모님께 "애가 애를 키운다."는 말을 듣는 철없는 막내딸이고 남편과는 정말 유치한 장난을 즐기는 그런 서른 넷입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서른넷의 삶이 그리 싫지만은 않습니다. 아직도 철없고 싶고 유치한 장난에 깔깔거리며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에게 열심히 소위 덕질을 하기도 하고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기도 하고요. 옛~날 삼십 대의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철없는 (저를 포함한) 요새 어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12.3 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 시위였습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의 20대, 30대의 모습을 보면 누구보다 나라에 대한 걱정에 진심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요새 20대, 30대들은 정치와 사회보다는 개인의 일을 더 중시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참고로 12.3 사태와 탄핵에 대한 찬반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집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분들을 보며 현생이 바빠 그랬던 것뿐이지 나라에 큰일이 일어나니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빠르게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는 철없어 보일지라도 누구보다 '진정한 이십 대, 진정한 삼십 대'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세대도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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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삽십 대, 서른넷.

자녀가 몇 명 있고 차와 집이 있고 이런 조건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함께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조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12월부터는 웬만한 약속도 잡지 않을 만큼 추위를 많이 타고 사람 많은 번화가는 잘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집회에 참여했는데요. 그 이유는 제 딸아이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 내용을 배울 아이가 물어볼 것만 같았습니다."엄마는 그때 뭐 했어?" 그리고 지난 탄핵시국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부채의식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두 이유가 게으른 저를 밖으로 나가게 했습니다. 당시에는 진정한 스물여섯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진정한 서른넷이 돼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살의 모습은 어떤건가요?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 진정한 일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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