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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글킴 Mar 16. 2024

1. 일단 첫째부터 잘 키워볼게요.

둘째 이야기는 잠시 멈춰주세요.

임신 후에 제일 많이 듣는 말. "축하해!" 그리고 "두 명은 낳는 게 좋아." 

세상에 마상에. 이유는 참 진부하다. 외동은 외롭다는 개인적인 이유에서부터 대한민국 미래와 고령화 사회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이유까지. 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한 명 키우는 분들이 많이 말씀하신다. 듣기는 싫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나도 언니가 있는 게 참 감사하니 말이다. 그런데 국가적 이유로 둘째를 낳으라는 말은 정말 이해할 수도 없다. 연금문제, 노인부양 해결을 위해 내 아이가 태어나야 할까? 그 짐을 지우라고 낳아야 할까? 더욱이 내가 이 나라와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힘든 임신을 해야 할까?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


  남편과 자녀유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였다.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현실적으로 어떻게 키울 것인가였다. 자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같았지만 막상 어떻게 키울 지를 생각하니 막막했다. 둘 다 직장이 있었고 육아와 관련한 좋은 제도는 있으나 마음껏 휴가를 쓰거나 휴직을 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건데 아이 계획의 첫 번째 스텝이 ‘누구에게 맡길까?’라니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은 아이였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맡기기 위해 낳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계획을 세워보니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과 어린이집의 도움으로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 둘을 생각해 보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첫째아이 출산도 망설여질 것 같다. 

 거기에 임신 초기 엄청난 입덧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나는 한 아이를 돌보면서 두 번째 임신기간을 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첫째 키워보면 넌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을 보내며 너무 예뻐서 힘든 시간은 기억이 안 나고 둘째 계획을 세울 거라고 한다. 그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아니라는데 왜 자꾸 내가 생각이 바뀔 거라고 확신하는지... 너무 힘든 지금, 한 번 더 힘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둘째 이야기에 자꾸만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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