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줄 알았지, 근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
임신 사실을 알고부터 갑자기 입덧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입덧이 끝나자 점점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처음 겪는 증상들을 겪곤 한다. 이런 증상들에 대해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한결같이 쿨한 답변을 볼 수 있다.
‘이 때는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 나타나는 당연한 증상이기에 괜찮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도 “출산 후에는 없어져요. 해결책은 그것뿐이에요.”라고 말씀하신다. 나와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어쩜 이렇게 힘들 게 임신기간을 보내도록 몸이 세팅되어 있는 건지 화가 나기도 한다.
점점 수척해지는 나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라고 물어본다.
그래서 "힘들다."라고 대답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엄마 되기가 쉬운 줄 알았어?”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한 적 없다. 당연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나는 입덧 기간이 정말 힘들었다. 뭘 먹어도 몇 분 후에는 토하곤 했다. 하다, 하다 쓸개즙까지 토하기도 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세상 모든 것에서 냄새가 나서 이 땅에 존재하는 게 고역일 지경이었다. 거기에 분명 입덧인데 먹덧까지도 생겼다. 갑자기 배가 정말 미친 듯이 고파서 헛구역질이 나오기도 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허기지고 배고픈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아기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임신을 계획한 게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아기한테 미안할 거라고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나 힘든 상황에서 미워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임신 전에 임산부 친구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 때문에 임신을 망설이지는 않았으니까. 어쩌면 임신하면 당연히 힘들지 않나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임신으로 힘들어하는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그러니 임산부가 힘들다고 하면 같이 울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진짜 힘들겠다, 어떡해.”라고 위로해주면 좋겠다.